[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이하 독권위)가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위안부 문제 해법, 즉 일본정부의 공식사과 등이 '근본주의'에 가까워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극단주의'를 배제하고 '국익' 고려해 '건설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일본정부의 공식사과가 배제된 일련의 논의를 '건설적 논의'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의연 논란과 관련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탄해 온 '건설적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 6월 12일 지면에 실린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6월 정례회의 기사 갈무리

12일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독자권익위 6월 정례회의 내용에 따르면, 독권위는 "정의연의 윤미향 대표를 둘러싼 회계 비리 의혹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더 주목할 것은 정의연의 위안부 해법이 '근본주의(fundamen-talism)'에 가까워 발생하는 문제"라며 "정의연 같은 근본주의적 주장이 온건론을 비롯한 다른 주장을 제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독권위는 "그동안 정부가 국민의 반일(反日) 감정을 의식해 가장 근본주의적인 NGO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고, 언론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위안부 담론은 극단으로 치우쳐 왔다. 정의연 문제는 국익(國益)을 염두에 두고 한·일관계 개선과 동북아 정세에 비추어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논의가 되도록 관련 보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독권위의 주장은 과거 조선일보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보도, 최근 정의연·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 등에서 나타나는 보도양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국가 간 관계에 따라 '양보'해야한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28일 조선일보 사설 <'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 못지않게 의미도 컸다>

2017년 외교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테스크포스가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협상의 실체를 공개, 협상 당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본측과의 '이면합의' 존재가 드러났을 당시 조선일보는 "잘못 못지않게 의미도 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 못지않게 의미도 컸다>에서 "한·일 양국이 한발씩 양보하는 합의로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물길을 돌려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위안부는 중대한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2년 전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일 관계는 파탄 날 것이다. 북이 핵무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SBS보도에 따르면 이옥선, 이용수 등 위안부 피해자들은 언론에 "정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돈을 받고 팔아먹었구나", "'합의가 무효다' 하는 걸 확실한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생각" 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등을 통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천 전 수석은 지난달 16일 조선일보 칼럼 <정의연의 적폐를 계기로 다시 생각하는 위안부 문제>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법으로 일본 정부에서 명시적인 국가 책임 인정을 받아내는 것 외에는 어떤 차선책도 거부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의 국가 예산에서 10억엔을 받은 것은 일본의 간접적 국가 책임 인정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이 국가 책임이 전혀 없다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국가 예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5월 12일 <정의연, 신성불가침 권위 내려놓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조선일보는 위안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반일 종족주의' 필자들의 정의연 비판 주장을 싣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조선일보는 <"정의연, 신성불가침 권위 내려놓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필자들이 후속작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의연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전 교수는 이 기사에서 "정대협의 운동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서 군림해왔다"며 이 할머니의 수요집회 불참 의사에 대해 "미래지향적 취지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6월 9일 사설 <누가 위안부 운동 부정하나, 돈 제대로 쓰였는지 밝히란 것>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강조하자 "누가 위안부 운동 부정하나, 돈 제대로 쓰였는지 밝히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위안부 운동 논란은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조성된 위안부 기금이 피해자를 돕는 본래의 목적 대신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문제"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면 된다. 위안부 운동의 대의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썼다.

한편, 조선일보는 12일 사설 <윤미향 불리할 자료들은 막무가내 공개거부>에서 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윤미향 의원을 면담한 기록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판했다. 윤 의원과 외교부 사이 면담 기록은 이용수 할머니가 2015년 합의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것을 윤 의원만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불거진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언급돼 왔다. "그런데 왜 공개를 막나"라는 게 조선일보 주장이다.

경향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면담 기록 공개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윤 의원과 정부 간 비공개 면담이 공개됐을 때 정부에 대한 신뢰 하향 등을 고려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보고서’는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뒤 전국의 피해자 단체, 민간 전문가 등을 만났다. 2015년 한해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다"면서 "한일 외교당국의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로부터 돈의 액수에 관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다.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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