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제공'을 권고했지만 아직 수용한 곳은 없다. 장애인들을 위한 메인뉴스 수어통역 제공을 주장해온 장애인·시민단체 등은 KBS에 이어 MBC와 SBS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4월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소속 장애인들이 제기한 차별 진정에 대해 권고 결정을 했다. 지상파방송사는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정책을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장애벽허물기, 언론개혁시민연대,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연대 등은 KBS 본관 앞에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연장선상에서 MBC와 SBS에 동일한 내용의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공개 질의서를 통해 MBC와 SBS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 권고 이행 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할지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장애인·언론 시민단체들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KBS가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지상파방송은 그간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로 ▲비장애인 시청권 제약 ▲'장애인 방송고시'에 따른 법적 기준(자막 100%, 화면해설 10%, 수어통역 5%) 충족 ▲'스마트 수어방송' 등 기술개발을 통한 문제 개선 추진 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장애벽허물기 등은 자막은 농인들의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며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건 지상파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메인뉴스 화면구성에 문제가 있다면 ‘스마트수어방송 방식’을 택하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장애벽허물기 측은 “지난 2월 4일부터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이 제공되며 많은 국민들의 수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고 수용 정도가 높아졌다”며 “MBC나 SBS가 염려하는 것만큼 비장애인들의 수어통역방송 거부감이 크지 않으며 화면 잠식을 막기 위한 스마트수어방송 등 대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3사는 ‘긍적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권고와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MBC는 “그동안 (수어통역사 인건비 문제 등)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방통위 기준을 겨우 지켰지만 인권위 권고가 나온 만큼 이를 바탕으로 수어 통역사 등과 면담을 거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일 “인권위 권고가 있었던 만큼 규정대로 90일 이내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시한 내에 내부적으로 해외 방송사의 사례나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의 뉴스 수용 불편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충분히 살펴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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