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현대자동차·KT를 비판한 광주일보·스포츠서울 기사에 주의 결정을 내렸다. 광주일보의 경우 일부 단어 사용이 부적절했으며 스포츠서울은 KT 구현모 사장 반론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주일보는 4월 7일 <상생한다더니 노조 측 한 번도 안 만나…현대차 ‘먹튀’ 우려> 기사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태도를 비판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함께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현대차와 광주광역시는 자동차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출범시켰다.

신문윤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현재 광주지역 노동조합·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를 주장해 “노동권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경차 제조공장들과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는 꼴”이라면서 “노동자들은 나쁜 근로조건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찬성 입장이다.

광주일보는 노사갈등이 극심하던 당시 기사에서 “현대자동차가 갈등에 대한 위기의식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면서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리더십이 결여된 무책임한 경영 행태, 기득권만 주장하며 마치 ‘남의 일 대하듯’ 하는 2대 주주 현대차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일보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대당 일정 금액을 받고 차량을 조립한 뒤 완성차를 현대차를 통해 판매하는 구조”라면서 “이윤 추구가 목적인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적자 등이 발생할 경우 400억 원대의 투자금을 포기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나머지 뒷감당은 고스란히 광주시와 주주, 시민의 몫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현대차가 광주시민과 투자자의 돈으로 자동차 공장만 짓고, 수익이 안 나면 ‘먹튀’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5월 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주의’ 제재를 내렸다. ‘먹튀’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신문윤리위는 “‘먹튀’란 용어는 사전에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그만큼의 구실은 하지 않은 채 수익만을 챙겨서 떠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면서 “현대차가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수익만 챙겨 떠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현대차의 먹튀 가능성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현대차가 정부의 압력을 받아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정부의 압력에 마지못해 참여했다”면서 “‘현대차의 철회’는 ‘400억원대의 투자금을 포기하고 떠나면 그만’인 상황이지,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수익만을 챙겨 떠나는’ 뜻의 ‘먹튀’와는 거리가 멀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차의 ‘투자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며 ‘먹튀’가 우려된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진표 광주일보 기자는 미디어스에 “신문윤리위가 ‘먹튀’에 대해 거창하게 의미를 담아주니 되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신문윤리위는 현대차가 정부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분석”이라면서 “기업은 이익이 남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제조공장을 짓는 사업인데, 요즘 시대에 정부 강압만으로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박진표 기자는 “만약 정부 강압이 있었다면 대기업은 특정한 이익 제공이 없는 한 공장을 짓는 데 참여하지 않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여러 분석을 담아 광주 지역민의 우려인 ‘먹튀’라는 표현을 썼다. 광주의 미래가 달린 사업을 두고 마치 ‘정부가 대기업을 강압해 진행한다’는 식의 신문윤리위 표현은 기자를 떠나 국민 한 사람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신문윤리위 측은 미디어스에 “광주형 일자리 당시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데 (정부가) 현대차에 압력을 가해서 성사됐다”면서 “‘먹튀’는 이익을 챙겼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마지못해 참여한 상황인데 마치 거액의 돈을 벌어들인 것 같은 용어를 썼다. 신문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써야 하는데, 일방적 기사를 쓴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CI

한편 신문윤리위는 KT 구현모 사장을 비판한 스포츠서울 기사에 대해 주의 제재를 내렸다. 스포츠서울은 4월 1일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의혹’ 구현모, KT 사장 자격있나> 기사에서 구현모 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다뤘다. 스포츠서울은 “구 신임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태”라면서 “구 신임대표는 지난 2014년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에 황 전 회장이 받고 있는 재단법인 미르 11억원 불법 출연, 플레이그라운드 부당 광고수주 등의 혐의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면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은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경찰이 구 신임대표의 혐의를 인정한 만큼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나올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면서 “‘대표이사 임기 중에 대표이사 직무와 관련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의 혐의로 이사회가 사임 권고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도덕성’이라는 기준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신문윤리위는 “구현모 대표이사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라면서 “스포츠서울은 검찰의 기소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을 예상하면서 미르재단 불법 출연 관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구 사장에겐 민감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기사는 구 사장의 반론을 들어 지면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윤리위는 KT 노동자 문제를 다룬 스포츠서울 기사에도 주의 제재를 내렸다. 스포츠서울은 4월 2일 <KT 구현모 ‘불통경영’… 현장 고충 모르쇠> 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2부제 재택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서울은 “KT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대응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인원에 대해 ‘2부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고 홍보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여주기식’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현장직원들은 현장 상황과 고충, 구체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적은 내용의 e메일을 구 대표이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은 “A씨는 2월 20일과 24일, 3월 3일과 5일 등에 걸쳐 무려 4차례나 이러한 내용의 e메일을 보냈지만 구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썼다.

이와관련해 신문윤리위는 “당사자의 반론을 들어 지면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이 기사는 구 사장 취임 이틀 만에 보도된 것이다. 업무 파악은 물론 본격 경영에 나섰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에 ‘불통경영’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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