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SBS ‘총장 직인 파일’ 보도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SBS는 검찰이 입수한 정경심 교수 PC ‘총장 직인 파일’의 내용을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영 위원은 “물증 없이 취재원의 말만 가지고 [단독]을 붙여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게 취재방침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향후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에 대한 논의가 한 번 더 이뤄질 전망이다.

SBS는 지난해 9월 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기사에서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앵커는 “정 교수 PC 안에서 총장 도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검찰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딸 조 씨에게 발행된 총장 표창장에 찍힌 직인과 이 직인 파일이 같은 건지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7일 SBS가 단독보도한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사진=SBS)

정경심 교수가 총장 직인 파일을 가지고 있다가 딸 표창장을 만들 때 이용한 것으로 이해되는 보도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검찰이 9월 5일 정 교수 PC에서 확보한 것은 ‘총장 직인 파일’이 아니라 ‘총장 직인이 찍힌 정 교수 아들 명의의 상장’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SBS는 지난달 7일 <‘직인 파일 논란’ 핵심은?> 보도에서 ‘표현상 오류’라고 해명했다. SBS는 “취재진은 여러 취재 내용 등을 참고해 정경심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면서 “당시로서는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 또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오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3일 SBS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적용 조항은 객관성(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방통심의위는 SBS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소영 위원은 SBS에 ▲검찰이 확보한 ‘총장 직인 파일’이 아들 상장인 것을 확인했나 ▲정경심 교수가 아들 명의 상장 직인을 캡처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을 확인했는가 등 두 가지를 확인하려 했다. 김정인 법조팀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이 재차 질문하자 김 팀장은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아들 상장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원본에 해당하는 자료라는 것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이 “물증 없이 취재원의 말만 가지고 [단독]을 붙여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게 SBS 취재방침에 맞나”라고 질문하자 김정인 팀장은 “법조기자가 (통상)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취재했다. 기사를 두고 ‘이렇게 쓰는 게 맞냐’는 지적은 받겠지만 당시에는 보도하는 게 우리의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한 게 아니다”라면서 “법조팀 기자의 수준에 맞게 한 것이다. 특별하게 한 보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인 팀장은 “검찰에게 들은 내용인가”라는 이소영 위원 질문에 “취재원 보호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이 위원은 “만약 SBS가 (관련 내용을) 검찰이 아닌 취재원에게 들었다면 확인된 부분도 없이 보도한 것이고, 검찰에게 들었다면 검찰 말만 믿고 보도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믿을 만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것인지 확인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위원은 “취재원 보호는 이해한다. 하지만 법조팀 뉴스 생산 관행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SBS에 설명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정경심 교수 PC에서 총장 직인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보도를 본 사람은 정 교수 PC에서 직인이 나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BS의 합리적 추정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우식 SBS 사회에디터는 “SBS는 (정 교수 PC에) ‘총장 직인’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총장 직인이 들어간 파일’도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에디터는 “취재원에게 관련 파일이 있다고 확인해 보도했다”면서 “해당 파일이 아들 상장이라는 건 확인하지 못했지만, 위조에 쓰인 관련 파일이라는 점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소위는 SBS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이소영 위원은 “SBS는 의견진술서에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유력한 물증을 찾았다’고 했는데, 이는 (객관성 입증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면서 “SBS는 (자신들이) 제대로 취재했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SBS 보도는 문헌상으로 오보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이번 심의의 본질은 ‘검찰과 언론의 공생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라면서 “언론은 언제까지 취재원 뒤에 숨어있을 건가. 민주화 이전 제보자가 모든 것을 걸고 제보하던 때와 지금이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언론이 취재원 보호라는 미명 하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무책임하게 전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취재 과정을 밝힐 수 없다면 언론사가 불이익을 져야 한다. SBS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검증할 수 없는 보도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SBS가 합리적 추론과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정해 보도한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미흡한 취재에 [단독]을 붙여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보도에 앞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이었지만 “전체회의에서 더 논의해보자”며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김 위원은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SBS 취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검찰이나 일방의 정보를 파편적으로 보도하는 건 언론의 고질적 관행”이라면서 “취재원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야 정상적인 언론이다. 다만 8개월이 지난 보도에 법정제재를 내리면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광삼 상임위원·박상수 위원은 단순 표현상 문제라며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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