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인공지능(AI) 스피커의 음성원본 정부수집 동의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신산업 현장애로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스피커의 사용자 음성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절차가 최초 1회만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AI 스피커가 사용자 목소리를 녹음해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 논란이 일었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정책 추진이다.

3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신산업 현장애로 규제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드론·ICT융합 등 신산업 분야 현장애로 35건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확정했는데, 방통위는 이 중 ▲AI 스피커의 음성 원본정보 동의절차 개선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 신고 시 행정지원 강화(신고처리기간 축소 등)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방통위에 따르면 AI 스피커 사업자들은 사용자 목소리 인식기술을 발전시켜 사용자에게 제공할 때마다 음성원본 정보 수집에 대한 사용자 동의를 매번 받아야 하는 점을 애로 사항으로 들고 있다. 사용자가 정보 수집을 거부할 시 기업들의 기술·서비스 개발노력 저하와 시장 위축을 초래하고, 해외 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규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불만이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 카카오 미니, 네이버 웨이브,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애플 홈팟 등이 이들 사업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AI 스피커 사용자 인식기술(알고리즘) 고도화 시에 최초 '1회'만 사용자 동의를 받도록 올해 12월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개선에 따른 기대효과로 다양한 서비스 개발 가능, 관련 기술·산업 활성화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지난해 불거진 AI 스피커 사생활 침해 논란을 살펴보면 따져볼 게 많다. 지난해 애플, 구글 등 해외사업자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 AI 스피커 사업자들이 스피커로 확보한 사용자의 목소리(음성정보)를 녹음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업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AI스피커의 성능 개선 목적이었으며, 음성정보를 '비식별' 조치했고, AI 스피커 사용 약관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용약관을 꼼꼼히 파악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데다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또 이렇게 수집된 음성정보가 자회사 등으로 자유롭게 오고 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용자들은 사생활,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나타냈다. 반강제적인 음성정보 수집과 함께 적극적으로 개인 음성정보 수집 및 이용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채로 음성정보를 활용한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문제 해소를 위한 관련 법안까지 발의된 바 있다. 지난해 과방위 국정감사 당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AI스피커 등 IoT(사물인테넷) 장비의 개인정보 보안인증 미비를 문제로 지적하며 "음성 정보가 동의 없이 유출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AI 스피커가 개인정보 수집 단계에서 사용자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의 골자는 사용자가 AI스피커 사용 시 어느 시점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집되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수집 시점'에 동의절차를 두는 것이었다.

최근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9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에서 AI 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심각성 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 대화 내용을 허락없이 전송한다'에 대한 응답이 64.2%로 높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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