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여야 모두 총선 대비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거의 모든 정치세력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하나만 콕 찝어 얘기해서는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정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 ⓒ 연합뉴스
본격화되는 손학규 대선 행보와 수도권 출마선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일단 민주당 분위기부터 짚어보자. 민주당은 최근 손학규 대표가 영수회담과 해외순방 등 행보에 나서면서 조용한 내전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수회담과 해외순방은 그 자체로 어떤 큰 정치적 효과를 가져 온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대선주자로서 행동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실제 이러한 행보가 이어진 이후에 정동영 의원이 소위 햇볕정책에 대한 손학규 대표의 발언에 문제제기를 하며 비주류의 세확산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손학규 대표에 대한 정동영 의원의 이 공격이야 말로 손학규 대표의 정체성, 즉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인데, 이것 때문인지 판단할 수는 없으나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손학규 대표 측도 가만히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뉴스가 된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을 보자. 김효석 의원 개인의 정치 행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효석 의원의 소위 결단에 환영을 표하는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손학규 대표 측에 유리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정세균 전 대표가 손학규 대표의 원래 지역구인 종로에 출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김영춘 최고위원의 부산 출마설, 김부겸 의원의 대구 출마설, 장영달 의원의 함안합천의령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이러한 흐름은 겉잡을 수 없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비게 되는 호남 지역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남기는데, 새로운 정치신인들의 데뷔무대로 '물갈이'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정치신인들이 과연 누구일 것이냐는 것인데, 손학규 대표의 중간층과 좌측을 동시에 잡는다는 소위 '투트랙 전략'이라는 틀에서 보면 이인영 최고위원 같은 사람들이 재보선에서 순천을 민주노동당에 양보했던 것처럼 야권연대를 위해 호남을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에 이것이 현실화 되면 손학규 대표는 이슈파이팅으로는 중간층의 지지 획득에 집중하면서 좌측에는 '선물 공세'를 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소위 비주류의 일원으로 정동영 최고위원과 행보를 같이 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의 '당 개혁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오픈프라이머리의 전면적 실시를 핵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 빅3중 정세균 전 대표에게 불리한 안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이 당내 계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 연합뉴스
다시 없는 기회 맞은 홍준표, '홍준표 키드' 양산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호남 물갈이'를 현실화 하게 된다면 한나라당도 '영남 물갈이'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계파 질서에 비추어보면 결국 '영남 물갈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친박계와 이상득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계파간의 항쟁이 격렬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직인선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결국 공천실무를 건드릴 수 있어야 실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한 가장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사무총장만큼은 자기 사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계파간의 항쟁 이전에 홍준표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간의 항쟁이 먼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홍준표 대표 나름대로 플랜이 있을 것이다. 취임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큰 절을 하며 'YS키드'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미디어스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홍준표 대표에게는 이번이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다시없을 기회일 수 있다. 때문에 이번에 공천권을 장악하고 '홍준표키드'를 양산해 놓아야 2012년 이후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다는 사실과 현재 친박계와 친이계 일부의 화해할 수 없는 고리가 3당합당 시절의 민주계와 민정계 간의 갈등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들어 홍준표 대표가 친이계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홍준표 대표가 스스로를 YS키드의 일원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면서 차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오세훈 등의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서 앞으로의 행보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 연합뉴스
유시민의 자기반성 이후 이상해지고 있는 통합진보정당 논의

한편 진보세력은 진보세력대로 복잡한 상황에 빠져있는데, 최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승부수를 던지는 듯한 행보를 취하면서 그간의 통합진보정당 논의가 상당히 이상해진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유시민 대표는 최근 민주노총, 전농 등과 만난 자리에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능했던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 "나라면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한미FTA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발언하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대선후보 불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는데, 문제는 이것이 그간 진보진영 일부가 국민참여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를 든 것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일부 정파 및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 통합 논의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한미FTA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고 진보교연 등의 단체에서는 '대선불출마선언 정도의 양보'를 요구했었다. 유시민 대표의 최근 연속된 발언은 이러한 맥락을 통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과의 통합에 실패하면 지역구 후보를 모두 포기하고 비례대표 선거운동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례대표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비례대표 의존율이 높은 민주노동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는 2012년의 특징적인 상황에서 '전국을 누비며 비례대표 선거 운동을 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대선을 염두에 둔 합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대선불출마도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재 전 지사가 요즘 계속 흘리고 다니는 '손학규와 문재인이 경쟁했으면 좋겠다'는 말의 실체, 즉, 중도와 진보가 공동으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다시 상기해보면 유시민 대표의 이러한 발언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 때이른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즉, 진보진영이 안 따라오면 힘으로라도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의 '야4당통합론'을 유시민 대표가 반대하는 이유도 국민참여당 내부의 민주당 반대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오히려 진보정당들은 '따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주류는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물'을 바라마지 않을 것이고 다소 시기상조인 견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게 어그러지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데,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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