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참여한다. 천 전 수석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해 "이익 추구 집단"이라고 비난한 인물이다.

조선일보는 27일 오피니언면 개편 알림기사를 통해 천 전 수석이 '朝鮮 칼럼 The Column' 필진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알렸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삼성전자 출신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천 전 수석은 지난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자신이 외교안보수석시절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만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정의연의 전신, 이하 정대협)는 "위안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였다"고 비난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천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일양국 위안부 문제 해결안인 이른바 '사이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대협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이토안'은 일본 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각 각 한명씩 만나 일본 총리 사죄 친서와 보상금을 전달하는 안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배제된 안이다. 2012년 일본 사이토 관방 부장관이 한국에 들고 온 안이어서 '사이토안'이라고 불린다.

천 전 수석은 당시 윤미향 정대협 대표를 만나 '사이토안'을 설명했더니, 윤 대표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며 "윤씨가 순수하게 위안부 (피해자)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안부 (피해자와)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사이토안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윤씨에게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 전 수석은 위안부 할머니 5~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이토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위안부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정의연이 강경하게 요구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문제에 대해서는 할머니들이 난해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 때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원했던 '사이토안'이 좌초됐다는 주장인데,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 내용 언급도 없는 천 전 수석 개인이 받은 '인상'이 일본신문을 타고 번지게 됐다.

이 같은 천 전 수석 주장은 앞서 국내 주요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19일 중앙일보 <[단독]천영우 "윤미향, 사이토안에 곤혹… 정대협 문닫는다는 생각">에서 천 전 수석은 같은 주장을 폈다.

이 기사에서는 '사이토안'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배제된 안이라는 점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정황이 나타난다. 천 전 수석은 "일본이 국가 예산으로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겠다. 이를 추후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다'라는 소리를 하면 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하자 사이토 부장관이 아주 난처해 하며 확답을 하지 못하고 (논의를 위해)일본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간 누차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말해온 바 있다. 고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 정부가 우리 앞에 사죄하기 전까진 100억, 1000억을 줘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지난 16일 조선일보 <정의연의 적폐를 계기로 다시 생각하는 위안부 문제>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법으로 일본 정부에서 명시적인 국가 책임 인정을 받아내는 것 외에는 어떤 차선책도 거부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의 국가 예산에서 10억엔을 받은 것은 일본의 간접적 국가 책임 인정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이 국가 책임이 전혀 없다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국가 예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의 일본신문 인터뷰는 정치권 일각에서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반역사적 작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5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천 전 수석 주장에 대해 "일제침략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비판하기는커녕 위안부를 왜곡하는 주장이 용납돼선 안된다"면서 "반역사적 작태로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형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30년 가까이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정대협을 사기집단으로 모는 것이 타당하고 옳은 일인지 묻는다"며 "한때 외교안보를 책임지던 사람이 이런 언행을 하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천 전 수석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진실과 사안의 본질 규명을 회피하기 위해 친일 반일 프레임을 악용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에 나섰다. 26일 중앙일보, 조선비즈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천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미향 사태와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나 같이 힘없는 백수에게 화살을 돌려야 할 만큼 민주당의 사정이 절박한가"라는 글을 올리며 이 같이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국내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은 문제 삼지 않다가 같은 내용을 일본 언론에 확인해 줬다고 문제 삼는 심리는 어디서 나올까?"라며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면 다른 나라 언론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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