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채널A가 자사 이 모 기자의 검언유착·취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25일 공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사건 경위와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재발방지대책 등의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검찰 고위관계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진상조사위 조사 직전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진상조사위 발표에 이 기자 변호인은 채널A가 성급히 추정적 결론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 측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지인인 지 모씨에게 들려준 음성 녹음파일이 '검찰 고위관계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또 채널A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이 강압적으로 제출받고, 당사자 동의없이 검찰에 넘겼다며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채널A '뉴스A' 5월 22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공개된 채널A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이 기자의 신라젠 취재 착수는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관련자 진술, 사내 관계자 카카오톡 내용, 이메일 등에 비춰볼 때 이 가지가 취재 착수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와 논의했다고 볼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이철 전 신라젠 대표에게)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은 편지를 보낸 이후에 이 기자가 검찰 관계자에게 언급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어 진상조사위는 "이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를 녹음해 들려줄 수 있다고 지씨에게 제안한 것 역시 검찰 관계자와 사전에 논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이 기자가 지씨와 만나는 과정에 대해 검찰 관계자와 대화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는 이 기자 진술과 3월 10일 백 기자와의 통화 녹음파일 등 일부 증거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10일 이 기자와 후배 기자인 백 기자가 나눈 통화내용에서는 특정 고위 검찰관계자로 추정되는 '□□□'가 등장한다. 이 기자는 이 통화에서 백 기자에게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거야"라며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이)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이라고 했다. 백 기자는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이 기자가 A를 □□□라고 부른다"며 "법조팀원 모두가 □□□라고 하면 A 지칭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이 통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 기자를 상대로 5월 3일과 6일 추가 조사계획을 통보했지만, 이 기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 중

그럼에도 진상조사위는 '검찰 고위관계자'와 관련해 "이 기자가 지씨에게 들려준 녹음파일 당사자 역시 간접 증거, 정황 증거, 이 기자 등 사내 관계자 진술 등으로밖에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 기자가 직접 녹음한 검찰 관계자와의 녹음파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조사위는 녹음파일 및 녹취록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진상조사위가 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이 기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널A 전산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자는 4월 1일 오전 취재용 노트북이 느려졌다며 포맷을 요청했다. 이 기자가 4월 1일 오후에 조사위에 제출한 노트북PC에는 기존 보도본부에 제출했던 지씨 취재 관련 파일, 반박기사 작성을 위해 만든 한글파일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이 기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조사위 조사 직전 초기화했다. 이 기자는 4월 1일 두 대의 휴대전화 중 한 대는 조사위에 제출하고 한 대는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4월 6일 허위신고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날 이 휴대전화를 조사위에 제출했다. 진상조사위는 두 대의 휴대전화 모두에서 관련 녹음파일이나 녹취록 관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A 의견청취 속기록에 따르면 채널A측은 이 기자가 조사과정에서 특정 검사장 이름을 거론했다면서도, 이 같은 답변 이전엔 통화 대상이 '법조계 관계자'라고 해 이 기자 진술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관련 답변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채널A는 지난 22일 진상조사 관련 사과입장 발표에서는 "조사 결과 저희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 의혹 당사자의 범위를 사실상 검사장으로 좁혔는데, 이 같은 입장의 배경에는 이 기자와 백 모 기자 간 통화내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TV)

이 기자 변호인은 25일 입장을 내어 "채널A 진상조사위 발표는 이 기자가 변호인 조력을 받기 이전의 일부 진술과 전문증거를 토대로 한 것으로서 사실관계 인정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채널A가 부실한 조사와 한정된 증거를 토대로 성급히 '추정적 결론'을 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은 채널A가 자체조사 과정에서 이 기자의 절차적 권리와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채널A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기자의 휴대전화·노트북을 사실상 강압적으로 제출받았다"며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포렌식한 사설 업체’를 검찰에 알려주어 압수수색을 받도록 하였으며, 더 나아가 5월 14일 이 기자의 휴대전화 2대를 본인 동의 없이 그랜드하이얏트호텔에서 검사를 만나 제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채널A 진상조사 과정 및 결과 발표 모두 이 기자의 '기본적 절차적 권리'나 인권이 모두 무시된 채 이루어진 것에 관하여 변호인으로서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기자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취재 도구는 '언론 자유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녹취록에 의하면 지씨는 제보할 의사도 없으면서 '여야정치인 5명' 운운하며 취재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협박 받은 사람의 태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특정 정치인은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을 마치 녹취록에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함께 고발된 상황"이라며 "따라서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수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므로 균형있는 강도와 절차로 진행되어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월 31일부터 이어진 MBC '뉴스데스크' 보도로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채널A 기자가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기 범죄자인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접근해 사실상 협박,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채널A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통화 음성과 녹취록 등을 이 전 대표 측에 제시하며 취재 협조 시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 등을 달았다.

방통위는 지난달 20일 채널A에 대해 '철회권 유보' 조건의 재승인을 의결했다. '검언유착'·'취재윤리 위반' 의혹 조사‧검증‧수사 등을 통해 방통위가 채널A 경영진으로부터 접수한 의견청취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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