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로 한미 관계에는 ‘청신호’, 남북 관계에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국제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멈춰, 북한과 타협할 기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나온 ‘김정은 사망설’과 같은 논란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로 화상 토론회를 열었다. 가이 테일러 워싱턴타임스 외교안보팀장은 화상 연결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북한 정보 담당자, 탈북자들 사이에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고 이를 디지털 언론이 다뤘다”며 “이후 다양한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어떻게 하면 북한에 압력을 주는 데 사용할까 고민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가이 테일러 팀장은 “100% 확신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북한 정권이 무너질 만큼의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며 “오히려 코로나19로 남북미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 진전도 없이 멈춰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김정은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는 루머가 북한 전문가라 자칭하는 이들 사이에서 나왔는데 이는 바보 같은 일”이라며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승계문제, 권력 이양, 권력 승계에 있어 북한은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김정은이 없어진다면 군사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큰 움직임이 감지되는 게 없다”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불을 지핀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 됐는데 한 필리핀 기자는 댓글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태영호, 지성호 등에 대해 한국정부 차원에서 제재가 있었냐”고 물었고 토론회 참석자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기에 당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언론에서 유감을 표현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토론자인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최근 5만 명이 넘는 젊은 세대들이 행군에 참여했는데 코로나가 퍼졌다면 행군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로 호상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미 외교 관련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미 협력관계 강화에는 도움이 된 반면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있어서는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코로나19 상황에 접어들면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에 한국의 진단키트를 75만 세트 이상을 공급,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200만 개 이상 제공하는 등 양국이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역시 한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강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대처 정보·경험을 공유하고, 경제 협력과 의료품 공급, 재외 한미 국민에 대한 지원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남북관계는 ‘관망 상태’라고 봤다. 북한이 남한의 접촉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전략 도발도 하지 않아서다.

이제훈 한겨레 통일외교부 팀장은 “코로나19로 각국 정부가 내부 방역에 집중하느라 한반도 프로세스 등 협상 능력이 현저히 악화됐고,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북일-북미-남북 관계 등 협상 구심력이 될 수 있었던 계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관계 전환 국면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북미 관계가 장기전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남한에는 관계개선의 여지를 열어줬다. 코로나 이슈를 활용해 대화의 문을 열고 소통이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결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부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인해 봉쇄되고 있었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북한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방안을 추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방역협력 보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두고 있는 평양종합병원 건설 프로젝트가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부소장은 “평양종합병원건축 관련해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시멘트, 철근 등 물자지원은 반길테지만 엔지니어나 설계자 등은 가르침을 받는다는 생각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물자를 가져다가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북미관계 진전은 어렵다는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트루디 루빈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리 국제분야 칼럼리스트는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에 그 전에 북미협상이 진전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