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보수·진보 프레임'으로는 정치 성향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수와 진보' 구분을 '통합당 대(對) 민주당' 구도로 고착화시킨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독자위는 11일 '5월 정례회의'에서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정치분석에 있어 보수·진보 프레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5월 15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5월 정례회의] '보수·진보 프레임'으론 정치 성향 제대로 파악하는 데 부족해>

독자위는 "정치면에서 총선 판도를 보수·진보 틀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수'라는 말에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며 "우리 사회는 보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되고 늙고 타락했다는 이미지"라고 했다.

이어 독자위는 "그래서 보수·진보로 양분하는 게 맞지 않는다. 우리의 정치 성향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며 "'평등' '자유' '자율' 등 '가치'의 차이를 두고 비교해야 한다. 보수·진보 프레임에서 벗어나 앞서가는 정치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자위는 조선일보에 "'보수와 진보' 구분을 '통합당 대(對) 민주당' 구도로 고착화시킨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가 보수 진영이 아니라 보수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자위는 "현 정부와 민주당의 포용국가 개념에서 포용은 진전되고 있지만, 성장을 위한 정책은 없다"며 "앞으로 정부가 성장정책을 추진하면 기존 보수·진보 이분법에 혼란이 생긴다"고 했다. 독자위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말고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와 통합당 사람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고, 오히려 보수의 철학을 구현하는 새로운 사람과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을 주축으로 한 보수정당의 참패와 함께 주요 보수신문의 참패가 부각되기도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통합당과 함께 정권심판론, 조국 대 반조국 프레임, 통합당에만 불리한 선거법 개정,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 '포퓰리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의 주장을 연일 내세웠다. 보수언론은 총선 결과가 나온 뒤 분석기사 등을 통해 대안없이 진영대결에 몰두한 통합당을 비판했지만 사실상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셈이 됐다.

조선일보 4월 15일 정치 03면

지난 달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전파한 조선일보에 대해 독자위는 "김정은 유고 관련 보도가 맞지 않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책잡힐 일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아무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끼어들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언론이 써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지난달 21일 미 CNN 보도로 확산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통합당 태영호, 미래한국당 지성호 등 탈북민 출신 당선인의 확인되지 않은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과 동선 등은 북한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밀로 취급되는만큼 확인이 어려워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언론계 내에서도 일던 시점이다. 두 당선인은 김 위원장 중태설, 사망설 등을 "확인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단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은 일거에 불식됐다.

그러자 통합당과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태영호·지성호 당선자 감싸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의미가 없지 않았고 두 당선인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과도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 선우정 부국장은 지난 6일 칼럼에서 "CNN 보도 이후 열흘 동안 이어진 일들은 헛소동이 아니다"며 "김정은의 딜레마와 김정은 이후 한반도 통일 문제를 모처럼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문 정권이 '김정은 이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의미라면 의미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5월 6일 <[선우정 칼럼] '왕의 귀환'이 그렇게 반갑나>

독자위는 "그들은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끼어든 것이다. 정치인도 사이비 학자도 여럿 있다"며 "그걸 자꾸 써주면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이번에 맞지 않았던 사람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가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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