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 그간 영화 속 축구 선수 또한 언제나 남성이었고, 여성들은 그들을 응원하고 보조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더이상 관중석에만 앉아 있지 않는다. 남성들의 축구를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직접 필드로 나와 남자 축구 그 이상의 짜릿함을 안겨주는 여자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유독 눈에 띄는 2020년 5월의 극장가. 바야흐로 극장가는 ‘여자 축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소림축구>, <슈팅 라이크 베컴> 포스터

영화 속 여자 축구 선수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주성치 감독, 주연의 <소림축구>(2002)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화제가 된 <소림축구>는 무협축구단의 유일한 여자 선수 아매(조미 분)가 축구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과 울림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문화충격과 인식 개선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어 축구 소재 영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슈팅 라이크 베컴>(2002) 또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동경하며 그와 같은 축구 선수가 되길 희망하는 소녀들의 꿈과 우정을 다룬 영화로 주목받았다. 막연히 축구를 동경하고 꿈꾸기만 했던 소녀들의 재능이 선배 여자축구선수 줄리스(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도움으로 발굴되고 다듬어지는 여성 연대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여자가 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언니가 파혼까지 당하는 등 여성을 향한 차별, 폭력, 억압이 심상치 않게 다뤄진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축구를 향한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제스가 자기 앞에 놓인 높은 장벽들을 뛰어넘으며 결국 베컴 부럽지 않은 프리킥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진한 감동은 물론 통쾌함까지 안겨주었다.

영화 <슈팅걸즈>, 영화 <싸커 퀸즈> 포스터

오는 5월 27일 개봉을 앞둔 <싸커 퀸즈> 또한 여성 축구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축구 영화의 계보를 이을 전망이다. 해체 위기를 맞은 축구클럽 SPAC을 살리기 위해 선발된 여자 선수단, <싸커 퀸즈>는 관중석에서 응원만 하던 여성들이 필드로 나와 성장해 나가는 개성 만점 캐릭터들의 선수 입문기를 그렸다. 특히 패스조차 어려운 신입 선수들이 각고의 노력과 연습 끝에 진정한 선수로 거듭나는 과정은 편견을 넘어서는 감동과 짜릿한 쾌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 역사상 이례적으로 여자 축구를 소재로 제작한 <슈팅 걸스> 또한 눈여겨봐야 할 스포츠 영화로 거론된다. 여자 축구 명문 삼례여중의 탄생 비화를 다룬 <슈팅 걸스>는 단 13명의 부원으로 2009년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삼례여중 축구부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포착해낸다.

영화 <톰보이> 스틸이미지

앞서 언급한 영화들처럼 축구, 축구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의 영화로 등극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2011) 또한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극 중 또래 남자아이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축구 실력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미카엘(로레)에게 축구란 고정된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두고 지난 11일 <톰보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했던 [문명특급] 진행자 재재는 “축구는 남자아이들이 주를 이뤘던 놀이였다. 하지만 나도 축구를 좋아했고 그들과 함께 놀고 싶어 결국 골기퍼를 맡았다. 미카엘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해석과 메시지를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축구를 통해 숱한 편견과 차별에 유쾌하게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금,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을 둘러싼 한계와 장벽을 넘어서는 여성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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