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남자의 기억법>은 여전히 불안함 속에 놓여 있다. 정훈과 하진은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결코 잊지 못하는 남자와 기억하지 못하던 여자의 사랑은 그렇게 완성형으로 가고 있지만, 그 길목에는 여전히 암초들이 존재한다.

갑자기 사라졌던 하진이 있었던 곳은 정훈의 집 앞이었다. 돌고 돌아 다시 머문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집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요동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가장 소중했던 친구를 잃은 기억, 그 기억 속에 하진은 악당이었다.

정훈은 하진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방금 전 보고 싶었다고 했지만, 다시 그래서는 안 된다는 하진의 모습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성과 감성 사이 혼란은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 중 하나이니 말이다.

거리를 두려는 하진과 달리, 정훈은 정공법으로 그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이별했다고 말하는 하진과 달리, 여전히 그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하고자 하는 정훈의 노력은 의외의 변수 앞에 서게 되었다.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도주하고 있던 문성호가 전화를 해왔다. 그는 서연의 유골함을 가지고 도주하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연의 유골함을 가지고 문성호가 향한 곳은 특별한 공간이었다. 서연을 밀어 사망하게 만든 건물의 옥상이었다.

정훈의 차량 바로 앞에서 떨어져 사망한 서연. 그 장소에서 유골함을 가지고 칼까지 준비해 정훈을 기다리는 문성호의 행동은 엽기적이기만 하다. 여전히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유일하게 서연을 사랑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싶었을 뿐이다.

문성호의 공격을 받았지만, 정훈은 살았다. 뒤늦게 현장으로 온 형사들에 둘러싸인 문성호는 건물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서연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난 문성호는 평생 그 지독한 기억의 감옥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악랄한 범죄자에게 죽음은 어쩌면 가장 원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 죽으면 끝이라고 확신하는 그들에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수술이 끝나고 회복 중인 정훈 곁에는 하진이 있었다. 큰 사고를 당한 그의 곁에 남은 하진은 미안함을 버리고 그와 함께하기로 했다. 사랑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가로막았던 이 남자와의 사랑. 이제는 더는 자신을 그 강박에 가둬 둘 이유가 없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 넘긴 만큼 이들의 사랑은 달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번쯤은 로망처럼 이야기되는 남자친구의 면도를 해주며 행복해하는 하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행복을 그들은 온전히 누리기 시작했다.

태은은 아버지의 사무실에 가서 놀랐다. 아버지가 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바로 정훈을 연구한 것이었다.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동물원의 동물로 취급하는 학자의 비양심적인 자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분노하고, 해당 출판사에 경고까지 했지만 책은 출간되었다. '망각하지 못하는 남자'라는 책은 출간이 되었고, 그 주인공이 정훈이라는 사실은 쉽게 퍼져나갔다. 아들의 경고와 학자로서 양심을 지적해도 유 교수는 자신의 업적에만 집착했다.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정훈을 그저 연구 대상으로만 볼뿐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은 유 교수의 이 작태로 인해 위험은 다시 찾아왔다. 여기에 사이코 스토커에게 하진의 사진을 팔았던 사이코 기자 박수창은 변호사를 잘 써서 3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저질 기레기는 출소된 후 정훈에게 결정적인 제보가 있다고 큰소리치고 개인방송을 통해 폭로에 나선다. 정훈의 과거 연인과 하진과 관계를 제보받아 쏟아내는 이런 인간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현실 세계도 잘 보여주고 있다.

위기가 찾아오면 정훈과 하진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태은의 아버지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달리, 정훈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의자를 선물하며 과거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어린 아들을 옷장에 가둬 훈육했던 사실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사과에 의자가 편안하다며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정훈의 다짐은 이후 그의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다.

극과 극 두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그 남자의 기억법>은 좀 더 진화하기 시작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자신의 출세 도구로 생각하는 한심한 교수와 아들의 고통을 곱씹고 힘겨워하는 아버지. 어른의 조건이 무엇인지 되묻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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