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두고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단식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으며 ‘삼성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맹이가 빠져버린 입장문”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사문제에 관해서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333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는 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이재용은 사실상 대법원에서 승계과정의 불법을 인정한 범죄자”라며 “정말 진정성 있는 사과라면 대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유죄 취지가 결정된 배임 횡령 뇌물죄 등에 대해서 범죄행위를 분명하게 언급하고 본인이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밝혔어야 하는데 일언반구 없었다. 본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위한 하나의 제스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용희 씨는 1991년, 1995년 두 차례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된 노동자다. 오늘로 333일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25m 높이의 철탑에서 고공 농성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던 어제(6일)부터 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 씨는 일체 사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 소식을 듣고 일말의 기대를 했다. 그 내용 안에는 삼성으로부터 피해당한 피해 해고자, 암보험, 철거민, 피해 당사자가 있다. 가해자가 사과한다면 피해자에게 먼저 했어야 한다. 사과문에 포함돼 있지 않나 기대했던 제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노동3권 보장’ 약속을 두고 김 씨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약속이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에 관여한 임직원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는 등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수많은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고 자살에 이르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노동자가 삼성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속된 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 아니냐”며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180cm인 제가 지름이 130밖에 안되는 0.5평에서 333일을 지내는 저주스러운 삶을 끝장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두고 “이실직고, 법적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앞으로 잘할 테니 봐주라는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며 “면죄부를 받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불법적 상황이 펼쳐지는 데 대해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이야기가 없어 ‘알맹이가 빠져버린 입장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시게 되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으로 전체 경영권을 이 부회장이 장악하는 구조가 완성된다”며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이 20.2%로 삼성생명 시가총액을 20조라고 하면 2조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300조짜리 회사이기에 아버지가 3.66%를 가지고 있으니 9조의 50%, 즉 4조 5000억원으로 대략 5,6조 이상의 현금이나 주식을 (상속세로)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아들에게 물려주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 세금을 내라는 것”이라며 “어마어마한 400조가 넘는 삼성 전체 경영권을 날름 가져가려 하면서 그것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불법 상황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이 형량을 깎기 위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봤다. 그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뇌물 사건 형량을 최종결정하는 정준영 재판부가 형량을 깎아주겠다며 만들라고 했던 것”이라며 “재판부는 대법원이 유죄를 내린 사안에 대해 형량만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밝히고 사과하라고 한 것인데 잘못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사과만 있는 사과문이 되었다. 이실직고하지 않은 채로 죄만 자백했으니 죄를 깎아 받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국민 사과문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좋은 결과로 작용할 것 같다며 “이 모든 일의 시작이 1996년 시작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고 이에 대한 재판결과가 2005년 김지형 대법관에게 나왔다. 김지형 씨는 지금 삼성준비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며 1,2심 다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준 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런 구조에서 검찰은 늦게 수사를 시작하고 재판부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며 관료들은 특혜와 구멍을 만들고 언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언론은 어제 사과문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걸 헤드라인으로 뽑는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로 대한민국 법과 질서, 규칙을 어겨도 괜찮은 무소불위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