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언유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의 채널A 압수수색이 기자들과의 대치 국면 장기화로 이틀째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검찰이 MBC만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을 한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균형있는 수사'를 지시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황당해 했다"는 '전언 보도'와 해당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MBC 압수수색 영장을 소홀히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들이 덧붙고 있다.

하지만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 현직 검사장의 혐의는 협박, MBC의 혐의는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결이 다르고 압수수색 필요성에서 차이가 있다. 압수수색 여부를 두고 수사의 공정성, 형평성 훼손 여부를 단순히 가름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신중히 이뤄져야 하지만 채널A 관련 의혹 사건의 엄중함과 혐의의 성격, 채널A 기자 통화기록 등 자료 미제출 등을 고려했을 때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4월 29일 '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 … “윤석열 황당해했다”'

28일 중앙일보는 <[단독] 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윤석열 황당해했다">기사에서 "법원은 채널A와 관련된 5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했지만, MBC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어떤 이유로 MBC만 기각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검찰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최 부총리 측의 명예훼손 고소 건도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돼야 했는데, 그 부분이 누락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MBC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면서 형평성 시비가 일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채널A와 MBC와 제보자 지씨등은 함께 압수수색되는게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 상식적", "수사라는 건 결국 '공정성'의 외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현직 검사들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어 중앙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균형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채널A 한쪽만 영장이 발부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는 윤 총장 전언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9일 기사<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윤석열, 중앙지검의 부실 영장에 "황당">에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내용만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MBC 영장은 기각되고, 검찰이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만 실시하는 결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청구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전 부총리 관련 건을 비롯해 상당 부분이 부실하게 작성됐거나 누락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MBC는 형식적으로 끼워 넣은 분위기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일각에서는 '기각이 될 수밖에 없었던 MBC 영장'이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이를 보고 받은 윤 총장 역시 매우 황당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서는 MBC의 ‘검·언 유착’ 보도 기조가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누고 있었던 만큼,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 과정에 친문(親文)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사건 수사를 지시한 건 윤 검찰총장이다.

문화일보는 기사<檢, 채널A와 이틀째 대치… MBC엔 '무늬만 영장'>에서 "검찰의 MBC 압수수색 청구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법원의 기각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강요미수 사건 참고인'으로 영장에 적시한 게 주된 이유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해당 사유로 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이 기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기사 <檢 `검·언 유착 의혹` 편파수사 논란… MBC보다 채널A에 무거운 혐의>에서 "유착 의혹을 제기한 뒤 거짓 보도 논란을 초래했던 MBC에 대해선 사실상 뚜렷한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편파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 때문에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된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신라젠 의혹 취재 관련'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채널A 압수수색은 언론자유 침해라는 한국기자협회와 기자협회 채널A지회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상당수 언론에서는 '31년만의 언론사 보도본부 압수수색'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상초유', '전대미문'이라는 표현을 덧붙이고 있다. 기자협회 채널A지회는 28일 성명에서 "검찰이 31년 만에 언론사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며 "기자들의 민감한 취재자료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공간에 검찰 수사 인력이 들이닥쳐 취재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1989년 7월 13일 한겨레신문 1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31년' 전부터 채널A 사례까지 언론사 압수수색 사례를 비교해보면, 우선 31년 전 언론사 압수수색 사례는 1989년 7월 한겨레 편집국 압수수색이다. 당시 한겨레는 서경원 평민당 의원의 방북 사건을 보도했는데, 검찰은 한겨레 기자가 서 의원의 방북 사실을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서 의원 관련 취재내용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한겨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다.

2003년 SBS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SBS는 당시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이 향응을 받는 장면을 제보받고 이를 보도했는데, 검찰은 이 영상과 제보자 IP주소를 확인하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SBS 직원들에 의해 진입에 실패했다.

2007년에는 동아일보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다. 당시 신동아가 최태민 목사 수사 보고서를 입수해 '박근혜 X파일' 기사를 내보내자 한나라당이 수사의뢰,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기자들의 항의로 진입에 실패했다.

2009년 검찰의 MBC 압수수색 역시 실패했다. 검찰은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내용을 문제삼아 방송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도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모두 언론사의 보도내용을 이유로 정부와 사정기관이 압수수색을 시도·집행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8년 4월 25일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본사를 압수 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언론탄압 중단을 주장하며 막아선 TV조선 기자들과 대치했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채널A 압수수색을 비롯해 직전에 있었던 언론사 압수수색 사례인 2018년 TV조선의 사례는 이같은 사례들과 결이 다르다. 2018년 4월 경찰은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기자들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당시 TV조선 기자는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무단 침입해 태블리PC와 USB를 들고 나와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기자는 당시 노트북과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 발언으로 이 자료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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