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돼지파동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중국 사람들은 주식이라고 할 만큼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 육류소비량의 65%가 돼지고기다. 그런데 그 값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돼지고기를 훔치는 좀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사료용 곡물가가 폭등하자 돼지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소비자 물가가 연율로 7.1%나 뛰어 199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났다. 그런데 돼지고기 값은 58.8%나 폭등했다. 이외에도 가금류 41.2%, 식용유 37.1% 등 식품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사회-정치불안을 두려워한 중국정부가 1월 16일 곡물, 식용유, 돼지고기, 우유, 달걀, LPG 등 6대 생필품에 대해 가격통제에 나섰다.

▲ 조선일보 2월27일자 B1면.
중국은 돼지고기를 일종의 전략물자로 보고 비축제를 실시하고 있다. 창고에 냉동고기를 저장했다가 시장상황에 따라 방출하여 가격을 조절하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실시하는 석유비축제처럼 말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설을 앞두고 비축고기를 푼데 이어 사육농가에 대한 지원금을 2배로 늘렸다.

문제는 공급부족이 일시적이 아니라 만성화하는데 심각성이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소득증가에 따라 육류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났다. 육류소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서면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나타낸다. 중국이 그 문턱에 와 있어 소비수요가 급팽창하면서 가파른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중국은 1993년까지는 석유수출국이었다. 그런데 20년간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으로 올라섰다. 국제유가폭등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졌다. 공업화-도시화에 따른 급속한 이농현상으로 식량자급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농경지는 세계의 7%를 갖은 나라가 세계인구의 22%를 먹여 살리려면 이제 식량부족은 수입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길 밖에 없다.

돼지사료는 주로 옥수수이다. 중국은 대체에너지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바이어연료 생산에 박차를 가해 왔다. 사료용 곡물이 부족해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자 작년 7월 곡물을 사용하는 바이어연료 생산을 금지했다. 작년말에는 84개 곡물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멀지 않아 옥수수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처지다. 이 경우 세계곡물시장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세계곡물파동은 사료의 95%를 수입하는 한국도 강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사료용 옥수수가 30%, 사료용 대두박(기름을 자낸 콩비지)이 40%나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료 값도 크게 뛰었다. 배합사료 값은 2006년 1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지난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35%나 올랐는데 올해도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사료 값이 오른다고 돼지 값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수입고기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돼지고기를 전년보다 16.2% 늘어난 9억385만달러 어치나 수입했다. 그 중에 상당액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이 차지한다. 돼지 한 마리를 키우려면 사료 값만 12만원이 든다. 그런데 요즈음 한 마리를 22만원에 출하하니 보통 2만∼3만원을 손해 본다. 키울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돈농가의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2006년 양돈농가가 11,500가구였는데 작년말에는 9,800가구로 줄어든 것이다.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육기반이 붕괴되면 수입고기 값은 더 폭으로 뛰기 마련이다. 석유에서 보듯이 중국이 돼지고기와 곡물 수입에 나서는 날에는 세계식량시장에 큰 파란이 예상된다. 삼겹살에 곁들인 소주 한잔도 마시기 어려워 질 판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물가안정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시행하는 사료가격안정기금의 도입 또한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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