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대전MBC를 상대로 제기한 ‘성차별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 소위원회가 인용했다.

인권위 소위원회는 28일 오후 이같이 결정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어제 소위원회에서 결정이 나왔다. 결과문이 한 달 이내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위원회에서 의견이 통일되지 않을 경우 전원위원회에서 한 번 더 논의하지만, 이번 사안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결정문에는 인권위가 진정을 인용한 이유와 권고조치가 담기게 된다.

유지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는 '정오의 희망곡' (사진=대전MBC)

결정 당일 조사관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유지은 아나운서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인용됐다는 이야기만 전달받아 결정문이 나와봐야 자세히 알 것 같다”면서 “명백한 차별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인용됐다고 하니 울컥하는 심정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 MBC가 인권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앞서 여러 차례 회사 측은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유 아나운서에게 인권위 결정을 고려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결정은 강제력이 없으니 사법부나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아나운서는 “우선 인권위에서 문제가 맞다고 판단했으니 동력은 확보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려 한다”며 “또 다른 시작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전MBC 시청자게시판에는 아나운서 성차별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요청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시청자들은 "신원식 사장님께서 대전MBC 전구성원이 공동운명체라 하셨는데... 6년 넘게 열심히 일한 유지은 아나운서는 공동운명체가 되지 못하고 작년부터 자신의 처우를 개선 받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대전MBC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사진=대전MBC 홈페이지)

지난해 6월 유지은 아나운서는 여성 아나운서들이 고용형태에 있어 차별받고 있다며 대전MBC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반면 여성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왔고 근로조건에서도 불리한 처우를 받는 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아나운서가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시킨 이후 그가 진행하던 주요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거나 계약이 해지됐다. 현재 유 아나운서는 라디오 방송 1개만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은 ‘보복성 업무배제’라며 ‘대전MBC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 목소리를 보태기 시작했다.

공동대책위는 인권위 논의를 나흘 앞두고 낸 성명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구체화한 남녀차별금지기준에는 ‘남녀가 같거나 비슷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불리한 고용형태로 채용’하는 것은 차별로 명문화하고 있다”며 대전MBC가 명백한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터에서 배제당하는 차별의 역사는 끝내야 한다”며 인권위에 고용상 성차별을 확실하게 짚어내는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당부했다. 성차별 채용 관행과 부당업무배제로 피해입은 노동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인권위가 제대로 된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