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올해 1월부터 운영중인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운영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충실한 국회 심의와 입법반영을 강조했다.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거래('n번방')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1호 청원'을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8일 발간한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는 최정인 입법조사관의 '국민동의청원제도의 현황과 의의' 보고서가 실렸다. 최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국민의 '참여'는 국회의 '심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며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의미 있는 국민참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회의 충실한 심의와 입법에 대한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최 조사관은 "공동체의 현안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 다수의 관심과 요구가 국회의 다각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청원 심사를 통해 비로소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파편적인 의견 표출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참여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n번방 재발 방지' 1호 국회 청원은 의원들의 졸속 처리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n번방 재발 방지' 청원은 올해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게재돼 한달여만에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1호 청원'이 됐다. 청원 요구사항은 텔레그램 해외서버 수사를 위한 경찰 국제 공조수사,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범죄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강력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관련 상임위 4곳에 청원을 회부, 입법 등 후속조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해당 청원은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각 상임위별 논의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던 국회 법사위 논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법사위가 청원 요구 중 일부인 '딥페이크 처벌 강화' 관련법만을 통과시키면서 청원 취지가 반영됐다고 결론, 해당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여타 상임위 3곳의 안건 처리 근거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국회국민동의 청원에는 1호 청원과 같은 내용의 2호 청원이 다시 올라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졸속처리 논란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안이한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청원 올라온다고 다 법을 만드냐"(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나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나"(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로)갈 것이냐"(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 등 법사위원들의 발언에 논란이 증폭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국회의 적극적인 청원 심사와 입법반영 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최 조사관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 도입의 의의에 대해 "전자청원은 입법에 관한 국민의 직접참여 기회를 확대했다고 평가받는다. 개별적 민원해결의 수단을 넘어 공동체의 의제에 관한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사표현 통로이자 다수의 의사가 결집되는 장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조사관은 전자청원의 법적 근거를 명시해 국민동의청원의 실시는 국회의 의무, 국민의 권리가 되었다는 점을 짚었다. 앞서 시행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법률 근거가 없어 행정이 제공하는 일종의 혜택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다면,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국회법 규정에 따라 시혜적 조치가 아닌 국회의 의무로 명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이 전차청원 실시를 요구할 '권리'를 부여받게 됐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