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백 씨 유족 측이 헌법소원을 낸 지 4년 4개월 만이다.

고 백남기 농민 변호단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24일 MBC<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살수차 운용을 금지하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사살수의 근거가 되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이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3일 ‘경찰의 직사살수가 백 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백 씨 유족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고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경찰이 쏜 직사살수에 의해 머리를 맞고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됐다. 경찰은 백 씨가 넘어진 뒤에도 20초 정도 살수를 계속했고, 백 씨는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채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백씨 유족은 2015년 12월 10일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과잉대응이었고 특히 집회 참가자 상대로 직사살수를 하는 것은 단순한 권력 남용을 넘어서 국가폭력 행위라는 관점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굉장히 늦긴 했지만 직사살수행위 자체가 집회질서를 유지하는 공익보다 생명권을 침해하는 법익의 균형성에 맞지 않고, 기본적으로 그 공권력 작용을 위해선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최소 제한되도록 해야 하는데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측면에서도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직사살수 행위뿐 아니라 행위의 근거가 되는 살수차 운용지침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지만, 법령의 성격에 있어 기본권 침해에 직접성이 없다는 취지로 각하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특정 행위(직사살수)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공권력 작용에 대해서는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위법이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여부들이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거나 법원 재판을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경우에는 바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있고 헌법적 사항에 대해서는 더더욱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제 국회가 움직일 차례라고 말했다. 살수차 운용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직사살수행위는 위헌이지만 그 근거가 되는 살수차 운용지침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언제든지 살수차 운용지침에 의해 집회과정에서 직사살수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두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하는데, 살수차 운용지침 자체를 폐기하든지 아니면 더 상위법인 집회현장에서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하기위해 살수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상의 규정을 두던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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