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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상흔, ‘부재의 기억’에 담긴 6년의 물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4.18 11:35

[미디어스=이정희]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이 결과에 대해 외신을 비롯한 언론들은 '코로나 19'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한 정부의 성과라 평한다.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 그러나 우리는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도를 고민할 만큼 위기의 파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3차 세계대전’에 맞먹는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해낸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를 실감시켜준 정부에 힘을 싣고자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찾아온 4월 16일, MBC는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감독판을 방영했다.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앞서 호명되었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29분의 영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된 <부재의 기억>은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후보작 다섯 작품 중 유일한 외국 작품이었다,

지난 2009년 <달팽이의 별>로 2011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승준 감독. <부재의 시간>은 감독이 미국의 한 다큐 플랫폼 회사로부터 촛불집회와 관련된 다큐를 제안받으며 시작된다. 이에 어떻게 세월호가 촛불 집회까지 이어지는가를 설명하고,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와 4.16 기록단과 함께 다큐를 제작한다. 

고통이 남아있는 한 고통은 계속 얘기되어야

다큐멘터리 영화 <부재의 기억> 포스터

다큐의 시작, 아직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던 그 장면이 남겨진 가족들의 상황극으로 재연된다. 그저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것일 뿐, 그것이 꿈에서도 다시 만나기 힘든 영원한 이별이 될 줄 몰랐던 아이들과 가족들은 여느 가족들처럼 그 시간을 맞이한다. 용돈을 주느냐 마느냐, 웬 용돈을 이렇게 많이 주느냐, 엄마보다 친구들이 그렇게 좋냐는 등. 그 스스럼없는 대화는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멍에로 새겨진다. 아이들이 남긴 말을 읊던 가족들을 끝내 대사를 마치지 못한다. 

그렇게 잘 다녀오겠다며 웃으며 떠난 아이들은 4월 16일 배가 좌초되고 있다는 신고가 되고,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이만큼 기울어졌어요”라며 아이들이 찍어 보인 세월호는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방송은 ‘침착하게 대기하라’ 하고, 아이들은 저렇게 가만히 있으라 할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농담처럼 서로 주고받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재의 기억> 스틸이미지

그렇게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설마 해경이, 국가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어른들이 자신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시에 따르던 아이들은 결국 민간 잠수사들이 아이들을 구하러 들어갔을 때 2인실에 7, 8명이 모여 작은 창에 머리를 끼워 넣으며 살려고 발버둥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가 좌초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그 순간부터의 상황과 그 상황을 기억하는 부모, 생존자, 잠수부들의 증언을 오가며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전한다. 하지만 담담하게 보여준 그 시간 속에 '국가'는 없었다. 

그곳에 국가는 없었다

배가 좌초된다는 신고는 이미 접수받았다는 무책임한 응대로 이어졌고, 해경은 온데간데없었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제때 상황실에 나타나고 제때 해경이 현장에 출동하기만 했어도,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살렸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제대로 구할 수만 있었으면' 하고 안타까워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관홍 잠수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개 민간 잠수사조차 그 책임감과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국가는 책임자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다큐는 묻는다.

<부재의 기억>이 전한 메시지에 해외 관객들도 공감, 2018년 미국 뉴욕국제다큐영화제(DOC NYC) 단편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아카데미 상의 후보로 예견되었다. 또한미국영화협회 다큐멘터리상(AFIDocs) 단편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제때 대처했다면 그 수많은 목숨들이 바다에 묻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다큐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하고, 그래서 국가의 부재에 대해 분노했던 것이다. 

'부재의 기억' 감독판 (사진=MBC 제공)

심지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수장시키고서도 대통령에게 보이는 그림에 연연하는 관계자들, 국회에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사람들. 왜 수많은 시민들이 그 추운 겨울 거리로 나서 촛불을 들었는지 다큐를 보면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설득된다. 그리고 드디어 2017년 3월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아이들이 사라진 그곳에 없었던 국가는 그렇게 '심판'받았다. 

그리고 참사 발생 1091일 만인 2017년 4월 세월호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 뒤늦게나마 배의 잔유물로 돌아온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이 숙제처럼 남아있다.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 상에 노미네이트 된 사실에 대해 단순한 영화 하나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관객들이 세월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봉준호 감독은 말한다. 

20분을 더한 ‘감독판’ 방영에 대해 이승준 감독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한 아쉬움을 달랬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없었던 그 당시'를 통해 시민들이 보호받는 안전한 사회, 시민들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감독의 말처럼, 2020년에 본 <부재의 기억>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건 '부재했던 국가'로 인한 상흔이다. 그러기에 세월호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가 되새김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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