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클래식계 아이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달 8일 새로운 앨범 '방랑자'(The Wanderer)를 선보인다. 19세기에 유행한 낭만주의 키워드 ‘방랑’을 제목으로 딴 것과 함께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및 베르크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같은 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하나의 앨범에 아우른 점은, 지금까지 조성진이 발표해온 앨범과는 차별된단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성진 The Wanderer(방랑자) 앨범 커버 이미지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그동안 조성진은 한 앨범에 한 작곡가의 노래를 담아왔다. 그러다가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한 앨범에 아우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성진은 이메일을 통해 “어떤 아티스트는 콘셉트에 맞춰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짜는 걸 잘한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넣고 거기에 맞춰 다른 곡을 정했다”고 답했다.

이번 신보는 조성진이 직접 선곡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앨범에 수록된) 슈베르트와 베르크, 리스트의 곡은 악장마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한 악장 소나타처럼 들린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조차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는 평을 남길 정도로 테크닉이 어려운 곡. 조성진은 ‘방랑자 환상곡’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Christoph Köstlin, DG)

“테크닉을 감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 듣는 이들이 이 곡을 들을 때 곡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제가 연주해온 슈베르트 곡 중에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이란 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을 티 내지 않고 음악이 먼저 들리게 하려면 테크닉적으로 편해야 한다. 2018년 말부터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편해지는 게 있다. ‘방랑자 환상곡’은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곡이자 악장마다 캐릭터가 다르다. 이런 면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조성진은 ‘미스 터치’, 건반을 잘못 누르는 일이 없다시피 한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연습을 많이 할 법 하지만 의외로 조성진은 하루 연습 시간이 5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5시간 피아노를 연습하면 녹초가 된다. 어깨에도 안 좋다. 꾸준히 4시간은 연습한다. (연습)할 곡이 많으면 넘을 때도 있지만 최대한 4시간 안에 연습하려고 한다.”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라는 본업 외에도 작년엔 지휘자로 깜짝 데뷔했다.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향후 계획에 대해 조성진은 “지휘는 한 번 했지만 지휘자가 되겠단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제안이 들어와 만약 성사된다면 2-3년 안에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할 수 있는 레퍼토리, 이를테면 피아노 콘체르토 같은 지휘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Christoph Köstlin, DG)

조성진은 미래엔 어떤 조성진을 꿈꾸고 있을까. “일단 살아있으면 좋을 것 같다.(웃음) 건강하게, 그리고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은 것 같다. 미쉘 베로프도 부상을 당해 연주를 쉰 적이 있다. 운이 필요하고 좋게 되기를 바라면서, 노력하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조성진은 응원하는 팬을 위해 “항상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7월에 한국 공연이 성사되길 바란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거다.”라는 메시지로 이메일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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