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또 막말을 쏟아낸 미래통합당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에 대해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차 후보 막말에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관리대책위원장이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하루 만이다.

10일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에 대해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통합당 당규에 따르면 '탈당권유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통지 후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에는 지체 없이 제명 처분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5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차 후보가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6일 차 후보는 OBS-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자신의 '세월호 막말' 전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재차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통합당 선대위는 8일 토론회 방송 직전 차 후보를 제명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갖고 차 후보의 막말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다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며 "또 한 번 사과드린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온 지 열하루째다.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이날 차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차 토론회 당시 했던 막말을 반복함과 동시에 당의 제명 방침에 대해서도 "선거 운동 더 열심히 하겠다"는 글을 올려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 후보가 토론회에서 세월호 막말을 반복하고, 통합당 윤리위가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것은 일면 예견된 결과다. 통합당은 세월호 유족들의 차 후보 공천철회 촉구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강행했고, 차 후보 제명 조치를 결정하면서도 즉각 제명이 아닌 윤리위 제소를 결정했다.

지난달 세월호 유족들은 막말을 쏟아낸 차 후보에 대해 통합당에 공천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장훈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차명진은 추호도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통합당은 오늘 즉시 차명진 공천을 철회하라.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공천해 총선에 임한다면 통합당은 그들과 한 패거리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일 4·16연대는 성명을 내어 "통합당은 더 이상 범죄자를 두둔하지 말아야 한다. 윤리위 제소나 겉치레 사과로 면피해서는 안된다"며 "차명진을 즉각 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 윤리위 결정 직후 김종인 위원장은 "한심하다"며 "총선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역 유권자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4·16연대 등 세월호 유족 및 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명진 전 의원과 그를 공천한 미래통합당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미디어스)

차 후보는 이번 토론회 이전부터 세월호 유족들에 막말을 쏟아내 온 인사다. 그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2019년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변상련을 회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기는 거까진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차 후는 SNS,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해 6월 다시 페이스북에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 할 말은 하겠다"며 "내가 세월호 괴담 피해 당사자", "슬픔을 무기삼아 절대권력으로 군림", "세월호를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 등 또다시 세월호 유족 비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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