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는 미국 언론계에 큰 고민을 던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광고가 줄어 문을 닫거나 발행 부수를 줄이는 언론사들이 발생하는 등 재정적 위기를 직면한 반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료회원이 느는 예기치 못한 변화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바이럴 뉴스 :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 합동 토론회에서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학 니먼저널리즘랩 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국 언론사들이 재정 위기를 맞이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바이럴 뉴스 :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조슈아 벤튼 소장에 따르면, 지역 언론사들은 지역의 자영업자 등 주변 식당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60% 이상 문을 닫으며 언론사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는 신문 가장 앞면을 광고 없이 발행하기도 했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 컨퍼런스도 줄줄이 취소됐다.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행사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해왔다.

뉴욕타임즈의 광고수입은 10% 하락했으며 코로나19가 6월까지 이어지면 광고수입이 최대 50%까지 하락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시에틀 워싱턴에 있는 한 언론사는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였지만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신문을 인쇄하지 않았으며 플로리다의 한 신문사는 신문 발행일을 7일에서 2일로 줄였다.

조슈아 벤튼 소장은 가장 큰 영향은 ‘경제 정체’라며 신문사 ‘가넷’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8월 가치가 14억 불이었지만 오늘(9일) 아침 8,800만 불로 떨어졌다. 8년 이상 경제정체기가 지속되고 코로나까지 더해져 신문사 가치가 극단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슈아 벤튼 소장은 “가능한 시나리오는 안타깝게도 언론 통폐합”이라며 “지방 언론사들이 큰 언론사에 통합되며 대형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 입장에서 비용 축소를 목적으로 독자적인 언론사로 남기보다는 다른 언론사와 통폐합을 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났다. 언론사는 독자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수요가 높아져 paywall(기사당 받는 금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반면, 3만6천 명의 새로운 구독자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유료 구독자로 전환했다. 또한 학생들이 휴교로 뉴스에 관심을 가지며 뉴스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조슈아 벤튼 소장은 “언론사들이 독자들에게 직접 기금모금을 요청하는 빈도도 늘고 있다. 최근 ‘왁스닷컴’에서 기금조달 행사를 했는데 언론사는 영리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성격을 공공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기금을 요청하는 등 신문 정체성이 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건 재정적으로는 언론사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지만 이번 위기로 오히려 정보에 목마른 독자들이 폭증하면서 언론사들이 독자들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나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매체 기자들 역시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했다.

바네사 후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는 “지역신문사들이 코로나19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은 휴교 결정을 신문을 보고 접하고 언론사는 크루즈에 탑승한 승객들이 도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해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네사 후아 기자는 “위기 속에서 일류가 단결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가 된 것 같다”며 “허위정보의 파급력이 높다고 했는데 평소에 뉴스를 보지 않던 사람도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뉴스를 보고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매체를 소비하는 성향이 늘고 있다”고 했다.

에이미 브리튼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워싱턴포스트의 광고수입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독자들은 매체 가치를 그 어느때 보다도 높게 인정하고 구독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들이 정보를 귀중하게 여기고 있고 정보 전달자로서 언론에 기대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는 구독자들이 주는 구독료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알렌 밀러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대표는 미국 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사례를 소개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한편 미국도 한국처럼 허위정보로 애를 먹고 있다. 알렌 밀러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대표는 “코로나19를 틈타 국론 분열을 위해 악의적인 정보를 확산시키고 시민들의 호기심을 이용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두려움과 분열 감정 확산에 오인된 정보들이 함께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렌 밀러 대표는 “팬데믹에는 백신이 없지만 뉴스 인포데믹스(information 정보 + epidemics 전염병 합성어)에는 백신이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그는 “다음 세대들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받으면 허위정보와 신뢰할만한 정보를 분간할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Checkology’라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와 더불어 알렌 밀러 대표는 “팬데믹 상황에서 허위정보는 큰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유해한 허위정보가 몰려올 때 허위정보를 추적하고, 이를 발견했을 때 잘못된 정보라는 코멘트를 남기는 등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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