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아시아투데이 베트남 특파원 칼럼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논란이 불거진 후 표절 의혹 논설위원은 사표를 제출했다. 정리나 아시아투데이 특파원은 “한국경제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김 모 논설위원은 7일 [여기는 논설실]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혐한·反베트남 '적개심 팔이'>를 게재했다. 최근 베트남이 다낭에서 한국인을 격리하자 ‘반 베트남’ 정서가 불었는데, 이는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경제 칼럼 일부 내용이 지난달 5일자 아시아투데이 <[기자의눈] 베트남 바잉미와 순댓국> 칼럼과 대동소이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한국경제에서 인용된 베트남 관련 사례와 서술 순서는 아시아투데이 칼럼과 유사했다.

아시아투데이
지난 일주일, 베트남과 한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바잉미(반미: 베트남식 샌드위치)’와 ‘#ApologizeToVietNam(베트남에 사과하라)’다.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입국했다가 한국인 승객 20명을 포함해 80여 명의 승객들이 격리된 사건이 발단이다. 다낭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베트남 승객은 물론, 한국 승객 20명도 별도로 14일간 격리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한국경제
베트남 인터넷을 지금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는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와 '베트남에 사과하라(#ApologizeToVietNam)'다. 베트남 정부가 2월 25일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입국한 80여명의 승객(한국인 20명 포함)을 사전 통보도 없이 격리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베트남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날 입국한 모든 승객을 보름 간 격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시아투데이
‘빵 쪼가리(조각)’라고 불린 음식은 베트남식 샌드위치 바잉미다. 퍼(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식(食)문화의 상징이다. 해당 내용이 전해지자 베트남 국민들은 즉각 분노하며 해시태그 등을 통해 베트남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경제
'빵 조각'이라고 불린 음식은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반미'다. 이 내용이 베트남 현지에 알려지자 베트남인들은 분노하며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아시아투데이
한국에 바잉미는 ‘빵 쪼가리’로 알려졌지만, 문제의 그날 병원 책임자였던 레타인푹 원장이 자신은 1만2000동(600원)짜리 바잉미를 먹으며 한국민들에게는 특별히 신경 써 2만동(1000원)짜리 특 바잉미를 준비해줬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후인 득 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이 사과 편지와 함께 한국 승객들을 위한 특식으로 1만원 상당의 순댓국을 준비했다는 사실도 아시아투데이 취재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경제
한국인이 격리됐던 다낭 병원의 책임자는 그 날 자신은 1만2000동(600원)짜리 반미를 먹으며 한국인들에게는 특별히 2만동(1000원)짜리 반미를 내줬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후인득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이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 편지와 함께 한국 승객들을 위한 특식으로 1만원 상당의 식사(순대국)를 대접했다는 것도 묻혔다.

아시아투데이
서로에 대한 배려로 기억될 수 있었을 바잉미와 순댓국, 몇몇 미담들마저 우리는 베트남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으로 묻어버린 것은 아닌가.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8일 해당 문단 전체를 삭제했다)
혐오와 공포는 무지, 오해를 먹고 자란다. 언젠가 코로나는 지나가겠지만 서로에게 무심코 한 서운한 행동과 말은 오랫동안 남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기억될 수도 있었던 반미와 순대국, 그리고 몇몇 미담들마저 서로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으로 묻어버린 것은 아닌가.

정리나 아시아투데이 베트남 특파원은 미디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경제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특파원은 “대구에서 온 국민 20명이 다낭에서 격리됐을 당시, 주 다낭 한국총영사관과 중부 한인회에서 한식 도시락을 제공했다는 것은 아시아투데이가 가장 먼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낭 인민위원장(시장)이 마지막 식사로 한식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것, 우리 국민 20명이 격리됐던 병원시설의 관계자가 자신은 저렴한 바잉미(반미)를 먹으며 교민들에겐 특별한 바잉미를 제공했다는 것도 아시아투데이가 먼저 기사화한 것”이라고 했다.

정 특파원은 "한국경제는 아시아투데이가 항의하기 전 특정 문단을 수정했다"면서 "사건이 이슈가 되자 이를 인지하고 (표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문장만 삭제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특파원은 “베트남 친구들은 ‘언론자유지수 175~176위인 베트남에서도 오피니언을 그대로 베껴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면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없이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9일 논란이 된 칼럼을 삭제했다. 김 논설위원은 9일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는 이를 수리했다. 미디어스는 한국경제에 사건 경위를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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