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강 교수의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에 대한 서평 기사에서다. 해당 책의 출판사 '인물과사상'의 박상문 편집장은 서평 기사에 '단독'을 단 사례는 언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며, 보도 내용은 편협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7일 오후 4시 30분경 온라인에 <[단독] 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 안지켰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8일 조선일보 지면 1,2면에 <강준만 "文대통령, 최소한 상도덕도 안지켰다">, <"유시민, 조직 위해 성폭력도 감춘 운동권 논리 다시 꺼내">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렸다.

조선일보는 7일 오후 4시 30분경 온라인에 <[단독] 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 안지켰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8일 조선일보 지면 1,2면에 <강준만 "文대통령, 최소한 상도덕도 안지켰다">, <"유시민, 조직 위해 성폭력도 감춘 운동권 논리 다시 꺼내">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렸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진보 성향 지식인 강준만 교수는 7일 출간한 책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실명 비판하고 이른바 '문빠' 지지층이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 등 대다수의 언론은 사실상 조선일보 보도와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이에 박 편집장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선일보가 '강준만 교수님의 책'을 1면에 보도한 이유>라는 글을 게재해 비판에 나섰다.

박 편집장은 "조선일보가 강준만 교수님의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1면과 2면에 전진 배치하고 그들의 프레임에 따라 내용을 발췌해 보도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처음부터 끝가지 완독해보기 바란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이 얼마나 편협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편집장은 우선 이 서평 기사에 붙은 '단독'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편집장은 6일 점심께 70여군데의 언론사에 강 교수 신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평 기사에 '단독'이라는 말을 단 사례는 "언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며, 다수의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단독'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편집장이 밝힌 조선일보의 취재 경위를 보면 조선일보의 다급함을 엿볼 수 있다.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는 7일 오후 박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평 기사에 쓸 강 교수의 사진을 요청했다. "내일이 원고 마감이라 사진을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는 게 박 편집장의 전언이다. 박 편집장은 "나는 당연히 토요일자 서평란에 이 책의 서평이 실리는 것으로 알고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4시 30분경 인터넷을 검색하니 <[단독] 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도 안 지켰다>는 기사가 떴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박 편집장에게는 각 언론사 취재 문의가 쇄도했다. 박 편집장은 강 교수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취재요청을 거절하고 책을 끝까지 읽고 서평을 써달라고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부탁했지만 조선일보 서평 기사를 "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고 토로했다. 박 편집장은 기사가 쏟아지면서 보수 유튜버들의 현 정권 비판에 적극 활용된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대다수의 언론은 사실상 조선일보 보도와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박 편집장은 "맨 처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이 이렇게 책을 앞다퉈 보도한 이유는, 그것도 진보진영을 비판한 한 대목만 편의적이고 자의적으로 발췌해 보도한 이유는 결국 4·15 총선 때문"이라며 "진보 인사가 진보 진영을 비판한 책을 냈다는 것을 기사로 내보내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중도세력을 보수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작은 흠을 찾아내서 그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인 양 침소봉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기사 내용 중 인용이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강 교수가 "맹목적인 당파성을 '진보'의 자리에 올려놓고 '어용'이라는 말 안에 녹아 있어야 할 수치심을 지워버린다"고 비판했다고 썼는데, 이는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저서 '페미니즘 리부트'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박 편집장은 "얼마나 기사 작성 시간이 급했으면, 이렇게 부실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썼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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