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배민)의 수수료 인상 논란 속에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개발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을 중심으로 '세금만 좀먹는 유령앱'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달앱 개발과 관리·유지 비용을 세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간 '공공앱'의 실패사례에 비춰봤을 때 효용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배민의 독점적 시장지배력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시화됐고, 특히 배민을 포함해 한국 배달앱 시장 1, 2, 3위 앱을 모두 인수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댓글 등에서는 이 같은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 시장 1, 2, 3위 앱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100%에 가깝다. 배민과 같은 배달앱은 성격상 애초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사실상의 수수료(광고료 명목)를 기존 월 8만 8000원 정액제에서 배달 매출 중 5.8%를 수수료로 떼가는 '정률제'로 바꿨다. 즉각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사실상 수수료 폭등"이라며 반발했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이용자들이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배민은 공식 사과와 함께 요금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급물살을 탄 논의가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개발 논의다. 전북 군산시의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대표적 케이스로 떠올랐다. 지난달 출시된 이 앱은 자영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용자에게는 지역화폐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할 시 1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배달의 명수'가 지난 5일까지 24일 간 처리한 주문건수는 6937건, 가입자는 2만 3천명 규모다. 서울 광진구, 경기도와 경상북도 등도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은 총선 공약으로 공공배달앱을 공약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언론에서는 공공배달앱은 '세금낭비'라며 전면적인 비판에 나서고 있다. 공공배달앱이 편의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배달앱 서비스의 공공성을 어느 정도로 봐야하는지 등 여러 우려들이 제기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 독점 문제가 극심해 대중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경쟁에 맡겨야 한다거나 공공개입의 실패를 예견하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여론 역시 적지 않다.

7일 매일경제는 사설 <'배달의민족' 수수료 논란, 공공이 뛰어드는 게 답인가>에서 "중앙·지방정부가 민간 영역에 뛰어들어 경쟁사를 만들겠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며 "이는 배민의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혁신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치열한 실험과 경쟁을 통해 성장한 기업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썼다. 한국경제는 사설 <우려되는 '공공 배달앱' 발상… 제로페이 실패서 교훈찾아야>에서 "기업 활동에서 위법·부당한 부분이 있다고 그때마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민간영역에 뛰어든다면 시장은 그만큼 위축되고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헤럴드경제는 사설<툭하면 대항앱, 어디까지 시장에 직접 개입할 건가>에서 "정부가 됐든 지자체가 됐든 감시를 넘어선 공공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효과도 의문시될 뿐더러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배민 수수료 논란, 또 정치가 끼어드나>에서 "관제 정부 앱으로 기업과 맞서겠다는 발상은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배민의 수수료 논란에서 정치는 빠지는 게 옳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기사 <이재명이 띄운 '군산 배달앱'…따져보니 무료가 아니다>에서 공공배달앱이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군산시 '배달의 명수' 기준 1인당 1400원씩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JTBC는 <지자체 '공공 배달앱' 도입 경쟁… 세금 낭비 우려도>에서 "자칫, 세금만 좀먹는 '유령 앱'이 될 수 있단 걱정도 나온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기사 <네가 배달시킨 음식에 왜 내 세금이… 지자체 배달앱 논란>에서 한 변호사를 인용해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들여 앱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그리고 사설 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배달 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 등의 의문을 낳고 있다"며 "배달앱의 독점 문제는 경쟁 업체가 나타나서 원가 경쟁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많은 언론에서 같은 논리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SNS, 기사댓글란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언론 '세금낭비' 프레임에 대해 "반드시 내야하는 지자체 세금의 용도를 무료니 유료니 하는 기사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내 세금으로 보도블럭 갈아엎는 것보다 낫다", "난 그동네 안 가는데 왜 내가 낸 세금으로 그동네 보도블럭을 교체하냐는 내용", "지역사회를 위해 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비스 편의 업데이트는 늦겠지만 월 100만원 내외로 상승한 수수료 대안으로는 충분하다", "배민은 수익을 독점하지만 명수는 세금을 투입해 운영해도 파생되는 이익이 다수의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므로 세금의 효율적 사용 방안", "꼭 모든 일이 나에게 혜택이 돌아와야 세금이 제대로 사용된다고 느끼나" 등의 의견도 달렸다.

또한 배달앱 서비스 기업을 과연 '혁신기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원장 KBS 기자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박영선 장관은 왜 배달의민족을 만났을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뭐가 공유경제인가? 뭐가 혁신인가? 내가 노점상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수천억 원을 번다면, 정부는 이를 반가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기자는 시장경제에서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거래하는 데 필요한 주요 요건을 배민과 같은 배달앱은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개를 통해 거래가 쉬워지는지, 거래가 늘어나는지, 거래의 신뢰도가 높아지는지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배민은 이 3가지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배민 없이 치킨을 주문하는 게 아주 어려운가? 배달앱 탄생으로 당신은 치킨을 더 먹는가? 당신은 치킨 주문을 한 뒤 혹시 배달점주가 내 돈을 떼어먹을까봐 걱정한 적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김 기자는 "배달앱은 이렇게 소비자에게 약간의 소비자후생을 주고, 영세 배달 점주에게는 막대한 부담을 준다. 독일 DH가 배민을 전격 인수한 이유"라며 "40억 달러, 5조원을 베팅할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다. 물론 그 돈은 우리 동네 자영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 일이 우리가 박수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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