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와 미성년자 성착취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디 앨런 감독의 양녀 성추행 혐의로 대부분 국가에서 개봉을 미루던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8)이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스틸 이미지

지난 7일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간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한때 세계적인 거장으로 각광받던 우디 앨런의 이름을 강조하지 않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으로 밀레니엄 세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만 대대적으로 홍보할 뿐이다. 티모시 샬라메를 전면에 부각시킨 티저 포스터에는 그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로 추앙받던 우디 앨런의 이름이 아닌,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으로 언급되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봄비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의 운명같은 만남과 로맨틱한 해프닝을 담은 영화로, 우디 앨런의 장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티모시 샬라메 외에도 앨르 페닝, 셀레나 고메즈 등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배우들이 총출동하여 화제를 모이기도 했다.

문제는 우디 앨런 감독의 성범죄 논란으로 미국에서조차 몇 년째 개봉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는 전체 관객수가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는 최악의 상황과 'N번방 사건'으로 성범죄 엄중 처벌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거세지는 요즘 상황에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국내 개봉을 강행해야 하는 배급사로선 고심했을 법하다. 한편,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지난 1월 개봉 후 16만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레즈비언 페미니즘 로맨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을 수입, 배급한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 배급을 맡았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뒤늦은 개봉 소식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우디 앨런의 회고록 발간도 덩달아 화제다. 지난 3월말 AFP 통신에 따르면, 앨런의 회고록 [애프러포 오브 낫싱(Apropos of Nothing : 난데없이)]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출판사 '아케이드'를 통해 '깜짝' 출간됐다고 보도했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스틸 이미지

애초 미국의 대형 출판사 아셰트 북그룹에 의해 출간될 예정이었던 앨런의 회고록은 지난 3월초 출판사 직원들과 앨런의 친아들 로넌 패로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출판 계획을 백지화했는데, 아케이드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것. 비판 여론에도 우디 앨런 회고록을 출판한 아케이드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 "존경받는 작가이자 영화감독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우디 앨런을 침묵시키려는 이들에게 고개 숙이기보다 존경받는 아티스트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하고 싶다." (지넷 시버 아케이드 출판 편집장)"는 메시지를 전하며, 앨런 회고록 출판 강행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된 우디 앨런의 회고록에는 과거 연인 사이였던 할리우드 스타 다이앤 키튼과 헤어진 후 그녀의 자매 두 명 모두와 데이트를 한 사실은 물론, 딸 딜런 패로우에 대한 성적학대 혐의 역시 언급해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우디 앨런은 회고록을 통해 2018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티모시 샬라메가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자신과 함께 작업한 걸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티모시를 저격하기도 했다.

우디 앨런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대세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앞세워 국내 정식 공개를 준비 중인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오는 4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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