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MBC에 이어 KBS가 경비 절감에 들어갔다. KBS는 프로그램 제작비까지 회수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KBS는 3일 제1차 재정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현재 재무위험도가 '심각' 단계로 나타나 1차적으로 비용예산 긴축을 시행한 뒤, 광고 수입 추이 등 수지 상황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예산 긴축 규모는 총 189.7억원이다.

일반 사업경비는 개별긴축비용(대형이벤트 관련 방송회선료 및 제작비 회수, 시급성 낮은 연구사업 연기, 프로모션 등 홍보 예산,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 교육훈련 예산 축소) 40.5억원과 일괄긴축비용 29.1억원으로 총 78.6억 원을 회수, 축소한다.

프로그램 제작비는 총 111.1억원을 긴축해 디지털 및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 비용 10.2억 원과 지역 정규특집제작비 등이 포함된 본예산 9.1억 원을 줄인다.

KBS는 긴축경영 외에 수신료 수입, 광고·협찬·캠페인 수입, 콘텐츠 판매 수입, 자산매각 수입 확보에 적극적인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사내 영상 조회사를 진행하고 있는 양승동 사장 (사진=KBS사보)

지난 1일 양승동 KBS사장은 영상 조회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수입이 급감해 올해만 1,269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KBS의 수입구조에 맞는 효율적인 비용구조와 인력 운용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20년 제1차 재정안정화전력회의 결과’, 1~2월 광고 수입은 목표 대비 78%의 실적을 내 84억 원이 미달됐고, 3월 광고는 목표 대비 65%로 80억 원 미달됐다고 전했다.

양 사장은 “이대로라면 올해 당기손익은 –522억 원, 사업 손익은 –1,269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내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200억 원의 적자가 반복, 누적 적자 6,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185.7억 원의 비용 예산을 긴축하기로 결정했다”며 “임원과 보직자들부터 고통 분담에 솔선수범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같은 날 ‘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한 사장 조회사에 답한다’며 양 사장과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본부는 “조회사의 방점은 직원 희생에 찍혀 있다”며 “사기 진작은커녕 희생을 요구하는 사측의 공감, 소통능력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경영진은 올해 광고 수입 목표치 미달, 코로나19가 초래할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 등 현재 상황을 전달하며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의 주머니를 얇게 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답이라고 내놓았다”며 “노동자들은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사장과 경영진도 제대로 도리를 다하라”고 비판했다.

KBS본부가 양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게 쓴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KBS본부는 “'특단의 대책', '정교한 설계도', '수입구조에 맞는 비용구조', '효율적인 조직 및 인력 운용방안'을 언급했지만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무려 2년 동안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라며 "'종합적인 플랜'을 2/4분기 내 마련하겠다니 준비조차 안 되어 있다. 1개월 안에 마련되는 계획안에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방송사들은 연일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경비절감조치를 시행한 박성제 MBC 사장은 2일 사내 게시판에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회사 경영 실적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93억원 줄었다. 3월까지 영업 손실이 245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사원들에게 일방적 고통 분담만을 호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취임 6개월쯤 되면 사원 여러분 앞에서 사장이 직접 구체적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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