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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무엇이 그들을 신천지로 이끌었나? 그루밍 6단계, 사이비종교에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4.06 15:40

[미디어스=이정희] 이제는 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은 전 사회적 충격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1인 신격화의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어 법과 질서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를 넘어 '일탈적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은 과연 21세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여전히 신천지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현상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2020년 3월 1일 가평의 한 연수원 앞,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우리 아이들을 돌려보내라'는 문구로 온몸을 도배한 어머니들이 절규하고 있다. 아이들은 '진짜 신앙'을 찾았다며 집을 나갔고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강제로 개종되어 끌려갔다며 아이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아이들을 내놓으라 울부짖는다. 과연 무엇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면서까지 종교에 헌신하도록 만든 것일까? 

사이비 종교를 연구해온 전문가는 이렇게 사이비에 빠져드는 과정이 그루밍 성범죄의 6단계 과정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접근한다

SBS 스페셜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첫 번째는 바로 대상의 선정이다. 한때 신천지의 일원이었던 남성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발표를 하는데 “좀 도와주시겠어요?”라며 상냥하게 접근한다. 결코 '종교'를 들먹이지 않는다. 인턴 기자인데 인터뷰 좀 해주시겠냐고 하고, 서울대 심리학교 대학원생인데 논문 쓰는 거 좀 도와주시겠냐고도 하고, EBS를 들먹이기도 한다. 절대 종교를 입에 담지 않고 친절하고 상냥한 이웃처럼 다가온다. 

시골에서 갓 도시로 올라온 젊은이는 서울에 올라오니 EBS 같은 데서 자신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며 선뜻 응했던 게 신천지로 가는 첫걸음이었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살아가야 할 방향이 아득한 젊은이들에게 '신천지'는 하느님이 다 정해주시니 힘든 거 다 내려놓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취업도 힘들고 앞날이 막막한데, 한 번에 그 모든 걸 정리해 주겠다니 로또 당첨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경쟁에 지친 세대에게 ‘종교’는 새로운 목적이자 대안인 듯 다가온다. 그리고 거기서 너는 이제 리셋되어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경쟁의 선두에 설 것이라 달콤하게 속삭인다. 14만 3천 명의 지배 계급이 될 것이라는 말에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에 익숙한 세대는 선뜻 발을 들여 놓는다. 

신뢰를 얻다 

SBS 스페셜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이제 전도사가 되어 이단에 빠진 사람들의 상담에 힘쓰는 김충일 씨. 그는 지난 6년 동안 신천지에 인생을 바쳤었다. 아버지가 목사였던 집안, 그런데 그를 신천지로 이끈 건 그의 형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전도 1순위’라는 포교 방식에 그가 넘어간 것이다. 

아버지가 목사였지만 종교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청년 시절, 신천지는 논리적으로 고민하던 것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더구나 수능을 망쳐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못해 좌절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신천지 세상에서 더 많은 걸 누리게 해주겠다는 설득은 먹혔다. 자라면서 엄한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충일 씨. 누군가 나를 믿어줬다는 그 '신뢰'의 그물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사이비 종교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신뢰를 얻는다. 주부들에게 아이들을 봐주면서 재밌는 공부를 하자면서 접근한다. 천국의, 삶의 방향을 열어준다며 가슴 벅찬 희열을 느끼도록 해준다. 재해 영상을 보여주고 종말에 대비하라며 준비물 리스트를 제시하고, 그 준비물을 마련하기 위해 주부들은 보험을 깼다. 지상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단다. 하지만 2000년이 열리고, 그간 종교에서 말했던 것과 달리 너무도 평온한 세상. 사이비는 기도의 힘이라고 했지만, 배신감을 느끼게 되며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고립시키다

SBS 스페셜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연우 씨의 딸은 5년 전 집을 나갔다. 동네 사람들이 다 칭찬했을 정도로 착했던 딸. 맞벌이 부부 대신 동생들도 돌보던 듬직한 맏딸은 일하던 곳에서 만난 28살 언니가 잘해준다고 하더니, 그 언니를 따라 집을 나갔다. 최미숙 씨의 딸은 7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천지 교회와 주거 침입의 법적공방까지 하며 전국 방방곡곡 1인 시위를 하며 딸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들. 그 어머니 앞에 나타난 딸은 예전의 그 딸이 아니었다. 가출이 아니라 신앙이라며 외려 어머니를 설득하는 딸. 그래도 안 먹히자 자신의 신변보호를 신천지에 위임하고 만다. 이런 신변보호요청서는 조직적으로 행해진다. 조직적으로 가족관계를 끊고 고립시켜 더욱 사이비의 상명하복 관계에 빠져들도록 한다. 

이렇게 사이비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그 사람을 고립시킨다. 고립된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세뇌시키는 성경 공부 모임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고립을 강화한다. 

협박하고 통제한다

SBS 스페셜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신천지는 조직원을 확보하면 자신의 단계가 상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불법적 ‘피라미드’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수갑, 테이프 등 폭력적으로 이루어지는 강제 개종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개종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한다. 

그런데 아무나 다 신천지가 될 수 있는 것 같지만, 마구잡이로 고르지 않는다. 엄격한 정식 입교 절차가 따른다. 신참자에 대한 신앙관리카드가 작성되는데, 거기엔 경제적 형편이 등급에 따라 나뉜다. 어느 이상 점수여야 입교할 수 있다. 대규모의 시험을 통해 신천지 정식 교인이 되면, 그 자체로 선택받은 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든다. 

고립된 생활, 반복된 학습을 통해 일상생활보다 종교가 중요하다고 믿게 만드는 사이비.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과 경쟁시켜 통제한다. 교주가 등장하여 14만 4천 명을 들먹이며 경쟁을 유도한다. 그 보상을 독점하기 위해 달리도록 만든다. 교리에 세뇌되고 중독되는 과정의 연속, 결국 사이비는 종교가 만든 터널을 달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는 단언한다. 

자신의 선택을 부인하는 건 쉽지 않다

SBS 스페셜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이렇게 고립되어 반복적으로 학습되어 세뇌되고 보니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이비 교주로 성스캔들을 일으켜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정명석 교주. 그 종교에서 핵심 인물로 활약했던 김경천 씨는 죽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성경을 2000번 읽었다던 정명석, 그 사람이 자신에게 전해준 진실에 오랫동안 교주의 부도덕한 삶을 눈감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개종을 '호구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경천 씨.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부인하는 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최고로 복 받은 자에서 하루아침에 바닥을 치는 선택, 그 30년의 허송세월을 스스로 부인하는 게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이비 교주를 쫓아 3억가량의 재산을 처분하여 낙원 피지로 가족과 함께 떠났던 김영석 씨는 2년 만에 홀로 돌아와 고향에 머문다. 귀신을 쫓는다며 '타작마당'을 벌여 신도를 폭행하던 교주는 특수 폭행, 감금죄로 징역 7년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도 아내와 아들은 그곳에 있다. 꿈속에서도 여전히 나타날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영석 씨는 누가 극복할 수 있겠냐며 탄식한다. 지워지지 않을 거라며 후회한다. 

구원이란 명목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비 종교. 그럼에도 매번 젊은이들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 인생을 그곳에 건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어두운 밤의 등불처럼 종교를 쫓는다. 개별적인 신앙이나 교리 혹은 실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하기 이전에, 하나의 병리적 사회현상으로 보다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고자 한 <SBS 스페셜>의 시도를 철 지난 얘기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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