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사는 김모씨는 지난 26일 늦은 귀가 후 13번 채널인 EBS를 시청하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이번주 방송되고 있는 EBS의 5부작 <다큐 프라임 인간탐구 대기획>을 시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평소 시청하던 13번에 채널을 고정한 김씨는 EBS 방송프로그램이 잡히지 않아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13번 채널을 통해 EBS 다큐멘터리를 보곤 했는데, 13번 채널에서 하고 있는 방송은 얼마전 개국한 OBS 프로그램이었다. 김모씨는 EBS 방송을 찾기 위해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3번 채널에서 최악의(?) 화질로 방송되고 있는 <EBS 인간탐구 대기획>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모씨는 티브로드 계열의 강서방송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김 모씨는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서둘러 귀가했으나 찾을 수 없는 채널 때문에 당황했다”며 “갑작스런 채널 변경과 결국 찾았으나 시청 불가능한 화질은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 2월26일 방송된 EBS의 5부작 <다큐 프라임 인간탐구 대기획>.
김 모씨가 겪은 이런 '시청권 침해 사건'은 OBS 역외재전송으로 인한 케이블 채널 변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국한 OBS는 이달 26일부터 서울 케이블방송에 역외 재전송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OBS 역외재전송을 하고 있는 서울 MSO는 티브로드, 큐릭스 계열 SO들이다. 오는 3월4일엔 GS강남케이블이 OBS 역외재전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OBS 관계자들에 따르면 OBS는 케이블 역외재전송 권역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지상파방송인 EBS방송프로그램 시청권 침해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방송의 채널 구성과 변경은 해당 권역의 SO에게 맡겨져 있지만 주무기관인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지난주 방송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티브로드 강서방송 등 14개 SO의 역외지상파방송 동시재송신’을 승인했다. 티브로드 계열의 경우, EBS가 사용하고 있던 13번 채널을 OBS에 내줄 방침이어서 EBS 채널 변경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상 EBS는 KBS 1과 함께 의무재전송 사항으로 규정돼 케이블방송이 EBS를 채널 구성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 하지만 채널 변경은 상황이 다르다. EBS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으로 방송위가 정책방침을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PP채널인 tvN 론칭 당시 지역의 일부 SO가 EBS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13번 채널에 tvN을 내보낸 적이 있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 OBS 역외 재전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O의 지상파방송 채널변경과 관련해 16대 국회 때 김성호 의원이 법적 제한을 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제정에 실패했다. 케이블방송의 지상파채널 변경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즉 지상파 의무재전송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에 지상파채널 변경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EBS 채널 변경으로 인한 또 하나의 문제점은 EBS방송프로그램이 재전송되는 아날로그 케이블 3번 채널이 시청 불가능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EBS 다큐멘터리는 HD방송으로 제작된 것이었으나 사실상 시청 불가능한 상태였다. 3번 채널은 케이블주파수 대역에서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채널로 SO는 직접사용채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EBS 채널 변경에 대한 주무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방송위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의 채널 변경은 시설변경 사항으로 EBS 동의와 방송위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EBS가 동의해주었다”면서 “3번 채널은 잘 안보는 채널로 수신 문제가 있어 해당 SO에서 원하는 가구별로 개선작업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EBS가 동의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가구에 한정되고 개선 작업에 소유되는 시간을 고려해본다면 시청권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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