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의 21대 총선 비례대표 출마와 관련해 후배 기자들이 “개탄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정필모 전 부사장은 23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개혁 분야 후보로 8번에 배치됐다. 지난 2월 19일 부사장직을 퇴임하고 34일 만에 정치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KBS기자협회는 24일 ‘정필모 전 부사장의 출마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기자협회는 “임직원은 물론 외부 진행자조차 정치권력과 철저히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데, 공영방송 KBS가 독립성과 신뢰성을 얻도록 이끌어야 했던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서자마자 정당에 줄을 섰다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정필모 전 KBS부사장 (사진=KBS)

기자협회는 정 전 부사장의 행보가 KBS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KBS윤리강령 제1조의 3에 따르면,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나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정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사실상 예비 정치인이었던 정 전 부사장이 재임 시절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의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전 부사장의 과거 행적을 짚었다.

정 전 부사장은 KBS 적폐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으며,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보도 논란이 일었을 때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해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했다”는 말을 남겼다.

기자협회는 “우리는 이것이 정 전 부사장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저널리즘이었는지 묻는다”며 “진실을 향해 파고들었던 30년의 기자생활과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지난한 투쟁의 날들이 고작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위한 밑천이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력을 비판하던 감시견이 34일 만에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뀐 현실에 괴로워하는 후배들에게 정 전 부사장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KBS 14기 기자로 입사한 정 전 부사장은 2017년 'KBS 기자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뒤 2018년 양승동 사장 체제하에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KBS 적폐청산 기구인 '진실과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 이후 KBS에서 10년간 발생한 불공정 방송, 인사 불이익 사례 등에 대한 과거사 조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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