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당부를 담은 'n번방 보도 관련 긴급지침'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24일 “최근 악성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취재 보도 방식 등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며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 사용에 대한 지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가장 앞세웠다.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 생산을 지양하고 경쟁적인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으로 피해자의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것은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TV)

또한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제목으로 달지 말 것을 요청했으며, 충격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범죄 행위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기사 작성시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과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몹쓸 짓’, ‘남성 고유의 성적 충동’, ‘검은 손’ 등은 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적절한 용어이며 ‘성 노리개’, ‘씻을 수 없는 상처’ 등은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성범죄를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게 만드는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다. 이런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포털사이트에서 ‘악마’를 검색한 결과, 아시아경제의 <“노예로 만들자” 그들은 어떻게 악마가 되었나 [악마들의 놀이터 ‘n번방’①]>, 세계일보의 <악마의 두 얼굴 …‘학보사 기사’ vs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등의 기사에서는 이같은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노조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을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함몰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성범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사항을 적극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긴급 지침은 여성가족부 2018 성희롱 성폭력 보도수첩, 신문윤리실천요강,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 권고 기준 등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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