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새벽 근무 중 발생한 '쿠팡맨의 죽음'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새벽배송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2일 새벽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 모씨가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쿠팡에 입사한 김 씨는 현장 업무에 투입돼 배송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사인은 심장질환으로 밝혀졌지만, 동료들은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20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살려고 노동하다 입사한 지 4주 만에 죽어서 돌아왔다”며 배송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했다.

배송 노동자들의 하루 배송물량은 5년 사이에 5배가량 늘었다. 안 소장은 “2015년 하루 배송물량은 56개였는데 2017년 12월 210개, 최근에는 296개까지 늘었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 달 25일에는 340박스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택배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며 이번 달 배송 물량은 지난해 8월분보다 22% 증가했다”며 “통상 무더위 때문에 배송 물량이 많은 여름보다도 양이 더 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의 경우 택배 물량을 노동시간으로 나눠보면 2분에 1개꼴로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안 소장은 “새벽배송을 하려면 밤 9시부터 출근해서 10시에 물량을 나누고 11시에 출발해 새벽 7시까지는 박스를 배송해야한다”며 “총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계산하면 1시간에 34박스를 나눠야하는데 2분에 1개를 나눠야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이동 거리가 추적이 되는데 먼 곳은 이동 거리로 10분이 찍혔다.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밥만 먹고 움직이는 셈”이라며 “타 프로그램에서 반나절 정도 집배 노동자 체험을 해봤는데 돈 천만원을 준다고 해도 못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털어놨다.

회사는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구조다. 안 소장은 “쿠팡의 고용구조가 계약직을 뽑아서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치고 1년을 채우면 재계약, 2년을 채우면 정규직 전환 인터뷰를 하게 된다. 회사는 95%가 정규직이 된다고 하지만 3개월 수습을 거치면 90%가 그만둔다. 실제로 2년 채워서 정규직까지 가는 이가 30%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려면 평가를 받다 보니 시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보통 아침 준비를 새벽 6~7시에 하기에 새벽배송이 6시 안에는 가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송이 안 오면 순간 짜증이 나서 항의전화를 돌리게 되고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의 쿠팡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새벽배송을 없애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부는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정규직 고용 원칙 ▲가구 수와 물량뿐 아니라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 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의 성실한 이행 등을 요구했다.

안 소장은 “30분 내 배달이 유행했을 때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시민사회가 나서서 이를 없앴다. 새벽배송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해봐야 한다”며 “졸음 운전 사고가 발생하자 대형 트럭 노동자들을 의무적으로 쉬게 한 것처럼 택배 노동자들도 특별한 사회적 감시를 해야 한다. 1시간 의무적으로 쉬게 한다든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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