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여성공천 30% 분명히 제가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성 친화당을 만들겠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외치던 ‘여성 후보 30% 할당’은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26일 선거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각 정당은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 짓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지역구 253곳 중 246곳의 공천을 마무리 지었고, 미래통합당은 223개 지역구 후보 공천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야가 강조했던 ‘지역구 후보 공천에 3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구호는 지켜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를 목표로 여성 공천 심사 가산점을 최고 수준인 25%로 높였다. 지난해 7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여성들에 대해선 (공천 심사) 가산점을 너무 많이 줬다”며 “(여성공천) 30% 분명히 제가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지역구 후보 공천에 여성 30%를 할당한다’는 당헌도 세웠다. 하지만 18일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완료된 242개 지역구 중 여성이 후보자인 곳은 33개로 13.6%에 그쳤다.

'與 청년·여성공천 우대 무색…86세대는 굳건' 보도(사진=연합뉴스TV)

미래통합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성 친화정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만 59세 이하 여성 중 신인에게는 30%, 비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선에서 양자 대결 시 여성 신인은 10% (만 45세 이상 만 59세 이하), 7% (만 60세 이상)을 비신인에게는 각각 5%, 4%의 가산점을 줬다. 하지만 16일 기준으로 189개 지역구 중 20개가 여성 후보자에게 배정돼 지역구 여성 후보자 공천 비율이 10.5%에 그쳤다.

이밖에 정의당은 지역구 77곳 중 17곳 (22%)에 여성후보를 공천했고, 민생당은 아직 공천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4항에는 지역구 공천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여성할당제’가 명시돼 있다. 다만 의무조항이 아니라 강제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지역구 30% 여성 공천 권고 사항은 21대 총선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당헌·당규에 규정된 30% 여성 할당제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1948년 한 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한 이후 (여성 공천 비율이)10%에 안착한 2004년까지 무려 56년이 흘렀다. 그러나 2004년부터 현재까지는 1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제 곧 선거가 시작될 텐데 여성 후보자들과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후보자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 선거때가 아니라 평소에 : 상대점수에서 절대점수로 바뀐 ‘여성 공천 가산점’은 경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 경선 부산 연제에서 여성 가산점 5%를 받은 김희정 전 의원이 이주환 전 시의원에게 석패한 결과를 얻을 정도였다. 실제로 가산점 때문에 여성 후보자가 승리한 지역구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지역공천은 비례대표와 달리 강제력이 없어 공염불이 되고 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는 여성을 후보명부 홀수마다 배치해 50% 이상을 공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에 최혜영, 미래한국당은 조수진, 정의당은 류호정 후보 등을 전진배치했다.

지역구 여성 의원 비율이 낮은 이유로 정치권 안팎의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우선 절대적으로 여성 후보자 수가 부족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통계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등록한 예비후보자 2,460명 중 남자가 1,739명, 여자가 721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예비 후보자가 전체의 30%조차 되지 않았다.

각 정당이 평소 여성 인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5개 정당 사무처 당직자 남녀 총 200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당직자 5명 중 2명은 정당 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 당직자들은 정치참여의 기회 요인으로 내부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이 네트워크 내외에서 소외를 더 높게 경험하고 있었다. 남녀 모두 ‘당직자가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요인’으로 정당기여도, 인적네트워크를 1, 2순위로 꼽는 상황에서 여성 당직자의 30%는 정당 내 네트워크에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권인숙)에서 2019.7.22~2019.9.6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사무처 당직자 남녀 총 200명 (남성110명, 여성90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선거 때에만 ‘여성’을 내세우며 ‘공천 심사 시 가산점 부여’라는 선심성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며 전략(우선)공천의 50% 여성 할당, 여성 단수 공천, 지역구 여성 할당 의무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당내에서 여성 정치인을 키워내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계획을 촘촘히 수립하여 여성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는 데 당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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