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끝으로 갈수록 긴장감과 화제성이 떨어진 이상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은 생방송 결선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해서 4강, 결승 즈음에 화제성이 정점을 찍는다. 반면에 <위대한 탄생>은 4강 정도부터 급격히 관심이 식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슈퍼스타K>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이 프로그램은 혹평을 받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바로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인 '멘토제'가 작동한 순간이었다. 기존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은 글자 그대로 심사만 했었는데, <위대한 탄생>은 도전자들을 직접 길러 스승의 이름을 걸고 경쟁시킨다는 컨셉을 도입했다.

이것은 차가운 점수매기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만들어냈고, 누군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대중심리와 맞물려 멘토열풍이 생겨났다. 특히 김태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다른 멘토들이 독설을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나 생각할 법한 도전자들을 선택할 때 김태원만은 뭔가 조금씩은 부족한 듯한, 그래서 모두가 포기한 도전자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외인구단'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이로서 <위대한 탄생>은 루저들의 성공기라는 드라마가 되었고 수많은 서민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 시청자 투표가 상승작용을 했다. 시청자들이 김태원의 외인구단을 전폭적으로 밀어줌으로써 그 성공드라마를 함께 만들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기획 김태원', '출연 백청강 등 외인구단', '제작 시청자'의 드라마였던 셈이다.

바로 이 시스템이 <위대한 탄생>엔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었다. 시청자의 호불호가 멘토들을 중심으로 갈리면서 정작 도전자들이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악플도 멘토에게 집중되고 찬사도 멘토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선, 도전자들의 스타성이 <슈퍼스타K>처럼 커질 수 없었다.

게다가 김태원의 드라마가 워낙 절묘했다는 게 또 문제였다. 그에 대적할 만한 다른 기획이 없었다. 다른 4명의 멘토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외인구단'에 버금가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면, 멘토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됐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김태원의 독주였다.

즉, 도전자가 아닌 멘토들이 주인공이 된 구조에서 단 한 명의 멘토가 독주함에 따라 서바이벌 오디션 특유의 경쟁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슈퍼스타K> 때는 끝까지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경쟁이 존재했었다. <위대한 탄생>에선 생방송 초기에 그나마 멘토들의 경쟁이 살아있었는데 바로 그때가 이 프로그램의 정점이었다. 이때 '방시혁 이은미 등 악당을 물리치고 우리 김태원 외인구단을 살리겠다'는 시청자들의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 악역(?) 멘토들이 몰락하고 세력균형이 사라지자 시청자들의 관심도 함께 사라졌다.

<위대한 탄생>에 결정타를 날린 건 <나는 가수다>였다. <슈퍼스타K> 때는 시청자들이 도전자들의 가창력과 편곡에 감탄하면서 화제성이 커졌었다. 반면에 동시에 방영된 <나는 가수다>가 가창력의 '끝판왕'이 되면서 <위대한 탄생>의 가창력은 더 이상 화제가 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위대한 탄생>은 스토리 중심으로 흘러갔고, 그에 따라 스토리가 강한 김태원 외인구단 독주체제가 더욱 강화되어 긴장감이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탄생> 도전자들의 실력이나 스타성이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낼 만큼 출중하지 못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고 하겠다. 만약 끝까지 대중의 관심을 유지시킬 만한 도전자가 지원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컨대 권리세가 노래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훨씬 열띤 분위기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위대한 탄생>은 MBC 예능 전체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한 만큼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을 지상파 전체로 확산시켜 엄청난 광풍으로 발전시킨 기폭제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 광풍이 그다지 '위대한' 것 같지는 않다. 대중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경쟁구도에 빠져든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는 점점 황폐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광풍은 시작됐고 당분간 오디션을 피할 길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오디션의 공정성, 합리성만이라도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이것을 문화적 실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선 집단적 인기투표일 수밖에 없는 시청자 투표의 절대적 비중을 줄이는 방법부터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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