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월 25일자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 재산 축소 신고 등으로 여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의 KBS 이사직 수행 문제가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6년 8월 KBS 이사로 임명된 이 부총재는 최근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불명예 퇴진한 이후에도 KBS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공영방송 이사직 수행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는 이춘호 부총재가 여성부 장관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이 부총재의 KBS 이사 사퇴를 촉구했다.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춘호씨는 KBS 이사를 지금 사퇴하는 것이 세간에서 제기된 투기의혹을 시인하는 것으로 읽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KBS 이사직이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는 자리가 될 수는 없다.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야말로 어쩌면 장관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이어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역할이라면 이에 걸맞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사회가 공영방송 KBS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춘호 이사가 용기를 발휘할 때다. KBS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이춘호 이사의 고민이 길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명 전문이다.

이춘호 이사의 결단을 촉구한다!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의혹을 받아 온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어제(24일) 전격 사퇴했다. 장관으로 내정된 지 불과 엿새 만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도 하기 전에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춘호 내정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여성부 장관 내정자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히면서도 부동산 투기의혹은 강력 부인했다. 그 동안 시민운동을 해 온 전력 등에 비춰 이 내정자의 해명이 일정부분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이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대로부터 상속을 받았거나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 무려 40건에 이르고 남편에게 오피스텔을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말을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춘호 내정자는 내정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KBS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KBS 이사가 공직으로 임명될 경우 이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춘호 이사는 내정자 신분이라 이사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을 거쳐 하자가 없는 만큼 당시 이사에 임명되지 않았겠냐며 당장 사퇴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춘호 이사는 KBS 이사를 지금 사퇴하는 것이 세간에서 제기된 투기의혹을 시인하는 것으로 읽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KBS 이사직이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는 자리가 될 수는 없다.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理事)야말로 어쩌면 장관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끊임없는 도덕성을 주문하는 곳이 바로 공영방송이다.

시민운동을 해 오면서 쌓아 온 명성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 이춘호 이사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이사의 말대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역할이라면 이에 걸맞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사회가 공영방송 KBS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 이사가 용기를 발휘할 때다. KBS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이 이사의 고민이 길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8년 2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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