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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한판 굿, 오컬트 드라마 ‘방법’은 무엇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나[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3.18 15:23

[미디어스=이정희] 15년 전 유통업을 하다 사업 실패로 많은 빚까지 졌던 진종현(성동일 분). 하지만 지금은 조만간 상장을 앞둔 IT기업 포레스트의 회장이다. 포레스트가 전국민적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저주의 숲 포레스트'이란 SNS가 큰 역할을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어주는 사이트, 그 사이트는 '혐오'라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안고 성장을 거듭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첨단의 IT기업을 일군 진종현 회장은 무속을 신봉하다 못해 광신하는 사람이다. 모기업 포레스트의 자회사 진경은 아예 무당인 진경(조민수 분)이 이끌어 가고, 진종현 회장은 포레스트의 상장보다 진경이 도모하는 거대한 음모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OCN에서나 방영할 법한 장르물, 더구나 우리나라에선 희귀한 장르인 오컬트물이 주중 tvN에서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1회 2.49%로 시작하여 12회 6.721%로 마무리된 <방법>은 최근 부진했던 tvN 주중 드라마 중 풍성한 성과를 거두며 종영했다.

특히 연상호 감독의 극본으로 주목받은 <방법>은 그간 오컬트 장르물에서 조연의 몫을 차지하던 '무속'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속 신앙에 빠져든 사람들, 무속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느새 우리 사회의 문제적 정서가 된 '혐오'가 어우러져 악의 세력으로 구축된다. 연상호 감독이 전작 <사이비>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비'라는 현상으로 귀결되는가를 보여주었듯이, <방법> 역시 한 개인에게서 시작된 그릇된 광신이 어떻게 사회적 악으로 팽창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임진희의 신념 

tvN 월화드라마 <방법>

드라마를 연 건 열혈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이다. 중진일보 탐사보도 기자인 그녀는 포레스트에 대한 제보를 조사하던 중 제보자가 죽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기자답게 늘 팩트를 중시하던 임진희는 하지만, 소진을 만나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와는 다른 '무속'의 세계, '저주'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의 물건과 한자 이름을 알면 그 사람을 저주할 수 있다는 소진의 말이, 자신의 상사 김주환의 죽음으로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된 임진희. 그녀는 이제 소진과 함께 그녀가 살아왔던 팩트의 세계를 건너 무속의 세계에 합류하여, 진종현에게 씌인 악귀가 열어가고자 하는 어둠의 시대를 막아서고자 한다. 

어린 시절 왕따 당했던 친구 소진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간직한 임진희. 그래서 자신에게 찾아온 또 다른 소진을 품는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방법'해 버리고 말겠다는, 아직은 채 가치관이 무르익지 않은 소녀 소진을 다독인다. 그렇게 방법이라는 저주의 방식 속에서도 '정의'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임진희의 신념을 <방법>은 동력으로 삼는다. 

백소진의 방법

시작은 백소진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무당이었던 백소진 엄마의 그릇된 모성이었다. 잡신이 내려 신기가 약해 온갖 굿을 다해야만 겨우 풀칠이나 하고 살던 소진 모녀. 그런데 소진에게 이누가미가 들었다. 굶어 죽어 악에 치받힌 '견신' 이누가미. 그 악귀가 자신의 딸에게 들자 어미는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굿을 하러 온 진종현에게 그 악귀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굿을 지켜보지 말라는 어미의 당부를 어긴 딸 때문에 진종현과 딸은 악귀를 나눠 가지게 되었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

결국 죄책감을 못 이겨 진종현을 '방법' 하려던 어미. 악귀를 나눠 가진 딸이 나동그라져 괴로워하는 걸 어미는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어미는 진종현을 방법 했다는 이유로 찾아온 진경 일당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진종현은 웃으며 그걸 지켜본다. 그리고 소진은 그 모든 걸 낱낱이 목격했다. 

그날 이후로 소진이 살아가는 목적은 진종현이다. 그를 방법하는 것. 그래서 진종현의 포레스트를 폭로하고자 하는 임진희를 찾아냈고, 그녀와 함께 포레스트를, 진종현을 '방법' 하고자 했다.

방법을 증명해 보라는 임진희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상사를 뒤틀어 죽여버리는 소진. 따지고 보면 소진은 누군가를 죽이는 데 있어 거침이 없기는 진종현과 다르지 않은, '저주' 악귀가 들린 또 한 사람일 뿐이다. 비록 악인이지만 죄 없는 김필성이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자 방법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아직 ‘미성년’인 소진의 설정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관이 형성되지 않은 소진이 정의관이 투철한 임진희를 만나 방법의 방식과 목적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임진희가 제시한, 임진희를 방법하는 대신 자신의 몸에 악귀를 담는 '희생'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한 것은 '성장'과 '성숙'의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이것은 ‘딜레마’가 될 수도 있었던 방법의 방식에 대한 드라마의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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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의 굿판 

tvN 월화드라마 <방법>

같은 악귀, 다른 선택. 바로 이게 소진과 진종현의 다른 길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소진이 저주의 악귀가 씌었음에도 결국 같은 ‘악귀' 진종현과 그의 어두운 음모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옆에 ’좋은 사람‘ 임진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진종현이 만난 건 진경이었다. 

종합병원 의사 부부의 굿이나 봐주며 돈을 벌어오던 진경은 우연히 그 병원에 '신이 들려' 입원 중인 진종현을 발견한다. 그가 소진 어미가 했던 '방법'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진경은 자신을 던져 굿을 하여 소진 어미가 했던 저주를 풀어낸다. 그리고 진종현에게 씌인 악귀를 자신이 모신다. 소진 어미를 찾아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빨리 해치우라 했던 진경은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레스트의 모기업 '진경'의 수장이 되어 포레스트의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며 승승장구해왔다. 

<방법>에서 최종 보스는 진종현이고, 진경은 7화에서 소진에 의해 방법 당하며 퇴장하지만, 조민수의 신들린 연기에 힘입은 진경이 뿜어내는 어둠의 카리스마는 <방법>이라는 분위기 전체를 지배한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

아니 진경만이 아니다. 드라마 첫 회 깊은 산골짜기, 소진의 어미를 찾아온 두 여인은 바람피운 남편을 적당히 방법 해달라며 돈을 들이민다. 결국 이 장면이 보여주는 건 <방법>이 가진 문제의식이다. 똑같은 악귀이지만 진종현은 진경을 만나서, 그리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조차도 모른 척할 수 있는 이환 상무(김민재 분)를 오른팔로, 그리고 그의 사이트에 혐오를 뿜어내는 사람들에 힘입어 최대 IT기업으로 승승장구한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이 사회적 혐오와 악에 기반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법>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과연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것은 우리네 무속 신앙의 장르화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한자 이름, 소지품만으로 단 몇 초 만에 온몸이 뒤틀려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방법의 신박함일까. 아니면 우리 일상의 '혐오'가 서사화된 그 드라마틱한 구성이었을까? 연상호 감독은 <사이비>에 이어 또 한편의 종교적 문제작을 우리에게 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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