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민보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대권을 쟁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대개의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움켜쥐는데 실패했다.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마의 20% 벽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몇 번이나 전망했는데도 그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실적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가 야권후보로의 대표성을 쉽게 획득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는 노선으로서의 중도개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어차피 한나라당에서 건너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선명한 진보적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따라서 남은 시간 동안 이명박 정권에 대해 선명한 입장으로 공세를 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사한 노선을 가지고 있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진두지휘한 장관 인사 청문회가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러한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당내에서 '진보'의 포지션을 선점한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지속적으로 손학규 대표를 흔들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5월 1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야권단일정당 당론 채택과 관련한 진행자의 질문에 '대표가 방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데 이어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31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는데 야권단일정당을 당론으로 채택하느냐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인영 최고위원이 찬성 하고 있어 결국은 야권단일정당은 당론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손학규 대표의 곤란한 당내 상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당내 상황이 그렇다면 당 바깥의 상황은 손학규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당 바깥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가장 최근의 사건은 야권 내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재보선에서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이를 통해 손학규 대표는 소위 친노진영의 사실상의 전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친노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재인 대망론' 때문에 유시민 대표의 타격으로 인한 효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한 지지가 유시민 대표에 대한 대안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사람이 손학규 대표와는 달리 친노그룹의 의지에 의해 사실상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 구도가 끝까지 이어졌을 때 손학규 대표에게 위협적인 것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거기에 최근 진보정당 통합 논의와 관련해 벌어진 사건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최근 '진보통합연석회의'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간의 합의가 결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러 부분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항들이 있었겠지만 언론을 통해 확인해보면 핵심적인 지점은 역시 북한에 대한 태도였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며칠 전에 나온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지도부가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는 보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통합 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참여당이 참여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논의의 대상으로 정해진 일은 없었다. 물론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참여정부의 계승을 말하는 국민참여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다른 진보정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까지 포괄하는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하며 이를 통해 2012년에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이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통합연석회의가 진행되는 중에 국민참여당 지도부를 따로 만나 무언가를 협의했다는 인상을 준 사건인 것이다. 즉,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 사회당과의 통합 보다는 국민참여당과 일단 함께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고 보면 자연스럽게 유시민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당대당 통합, 또는 총선에서의 선거연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의 공동구성 등에 합의하는 경우 이 그룹의 대표 주자는 물론 유시민 대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간 제기되던 완전한 의미의 '비민주통합론'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와 같은 정도의 무게를 가지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손학규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수 있겠는가? 여전히 핵심적인 키는 민주당의 내외에 존재하는 친노그룹이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친노그룹의 지지는 손학규, 정세균, 문재인, 유시민 등으로 사분오열 되어 있다. 이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의 친노그룹과 민주당 외의 친노그룹이 역할 분담을 합의하고 민주당 내의 친노그룹이 지지하는 후보와 민주당 외의 친노그룹이 지지하는 후보를 마지막에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를 그린다면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도 가능한 그림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조정하는 유력한 한 사람은 이해찬 전 총리일 것이다. 그는 민주당 외곽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당적을 가지지 않은 채 무브온 등을 벤치마킹한 소위 시민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일종의 ‘오바마 만들기 모델’이다. 그리고 이미 이해찬 전 총리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간에는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정희 의원을 두고 ‘노무현 의원을 보는 느낌이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리고 이정희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내리 5선을 했던 관악구 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에서 손학규 대표의 패배를 예감해야 할까? 또 그렇지도 않다. 다시 얘기를 뒤집으면 유시민 전 대표를 비롯한 모든 유력한 경쟁자들의 행보는 어쨌든 ‘친노’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을 안희정 지사가 말하는 ‘정통성’으로 어찌할 수 없는 바에야 나중에 정치적 협상으로 단일화를 하면 어차피 해결되는 문제이다. 한나라당을 눈앞에 둔 범민주당 진영은 결국 이기는 사람의 편을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학규 대표에게 한 가지 유리한 점이 더 있다. 그것은 이 모든 논의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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