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 기념일 때마다 1면 일장기를 컬러 인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잉크, 종이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장기 컬러 인쇄는 이례적이다.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는 “잉크와 종이가 저렴했던 당시가 아닌데 일장기를 빨갛게 인쇄했다는 것은 모종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일보 지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1940년 1면 제호 상단에 11차례 일장기를 덧붙였다. 첫 일왕 즉위일인 기원절(2월 11일), 일제 육군기념일(3월 10일), 일왕 제삿날인 춘계황령제(3월 21일), 히로히토 일왕 생일(4월 30일), 야스쿠니신사 합사 기념일(4월 25일) 등이다.

▲ 한국연구원이 보관하고 있는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면 원본.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일장기 컬러 인쇄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총독부 비밀문서에 등장한다. 1938년 종로경찰서가 작성한 <조선일보사의 비국민적 행위에 관한 건> 보고서에 따르면, 1937년 조선일보 내부에서 일장기를 컬러 인쇄하자는 내부 논의가 나왔다. 서춘(친일반민족행위자) 당시 주필은 37년 신년호부터 붉은색 일장기를 조선일보 지면에 내려 했지만, 기자들의 반발로 이뤄지지 않았다. 3년이 지난 1940년 조선일보 1면에는 붉은색 일장기가 걸린 것이다.

‘조선일보 컬러 일장기’를 처음 발견한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는 13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잉크와 종이가 저렴했던 당시가 아닌데 일장기를 빨갛게 인쇄했다는 것은 모종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주환 기자는 “당시 조선일보 말고 동아일보, 일제 기관지인 매일신보, 경성일보 등 많은 신문사가 있었다”면서 “조선일보가 일본에 잘 보여야 계속 신문을 찍어낼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조선일보가 일본의 기념일마다 일장기를 찍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주환 기자는 “일왕 부부 사진이 (조선일보 1면에 나오는 것도) 일장기가 나온 날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홍주환 기자는 조선일보 일장기 컬러 인쇄본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주환 기자는 “조선총독부 비밀문서를 보고 ‘조선일보가 한 번쯤은 일장기를 빨갛게 인쇄하지 않았겠는가’라 생각해 수소문했다”면서 “한국연구원이라는 연구재단에서 1940년 조선일보 지면을 열람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 제후 위 빨갛게 인쇄된 일장기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1938년 일제 종로경찰서장이 경기도 경찰부장에게 보고한 문건 (자료=국사편찬위원회, 사진=뉴스타파)

홍주환 기자는 “당초 조선일보 아카이브에는 흑백 사진만 있었다”면서 “5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100주년 라이브러리’에서는 일장기가 빨갛게 나와있다. 조선일보가 이런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해명을 듣고 싶지만, 조선일보는 ‘우리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어 답변하지 않겠다’는 대답만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주환 기자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라면 당당히 밝히고 사과하면 된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본인이 ‘민족혼을 지킨 민족지고 자랑스러운 일만 했다’고 하니 균형을 맞추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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