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2016, 2017년도에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MBC는 11일 박성제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열고 “부당해고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던 전문계약직 아나운서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MBC는 “법원 1심 판결과 노사간 단체협약의 취지에 따라 계약직 아나운서를 일반직 특별채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며 “2016년과 2017년 입사한 아나운서들은 별도의 채용 절차 없이 2년이 경과한 시점인 2018년과 2019년 각각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날 MBC 임원진은 아나운서들에게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현재 민사소송과 가처분 소송이 각각 1건씩 존재하지만 MBC는 갈등을 봉합한다는 차원에서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이러한 분쟁이 MBC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더 이상 부담이 되거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MBC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콘텐츠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2018년 계약 기간 만료로 해고된 지 2년 여 만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하게 됐다. 16사번 엄주원, 안주희, 정다희, 정슬기, 김준상, 17사번 김민호, 이선영, 박지민 아나운서로 총 8명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이후인 지난 9일부터 아나운서들은 사원증을 배부받고 9층 아나운서실로 출근했다. 현재 이들은 라디오뉴스 제작 등 아나운서 업무 복귀를 위한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아나운서들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갱신기대권 또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16,17사번 아나운서들 (사진=미디어스)

6일 송달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16사번 아나운서들이 2017년 4월 모두 MBC와 재계약을 체결했기에 17사번 아나운서들도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기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계약직 아나운서 대부분이 기존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에 동일한 처우를 보장받았고, MBC가 2016년 예능 및 드라마 조연출 분야 계약직 근로자 전부를 특별채용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참고했다.

재판부는 2016년 및 2017년 채용공고, 백종문 전 부사장의 발언, 방송문화진흥회가 발간한 2016년 MBC경영평가보고서 등에 적시된 “정규직 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문구에 따라 16,17사번 아나운서들이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2018년 시행한 특별채용절차는 “MBC 인사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MBC는 2018년 5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아나운서들에게 특별채용을 통보해 이 중 한 명 만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17사번 아나운서들에 대해 “제대로 된 인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근무성적이라 볼 게 없어 MBC가 근무성적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MBC와 계약직 아나운서 사이에 고용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고려해보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거나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데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또는 근로계약 갱신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했으니 효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9년 7월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낸 16,17사번 아나운서들 (사진=미디어스)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원직 복귀 투쟁은 2018년 5월부터 시작됐다. 아나운서 9명은 그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9월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MBC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MBC는 이에 불복해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도 7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낸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1년여 만에 이들은 복직했지만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콘텐츠사업국에 배정받았고, 사내 전산망을 이용할 수 없었으며, 업무가 부여되지 않았다.

이에 아나운서들은 지난해 7월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회사의 자체적인 조처로 현재 상태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복직 이후 지난 9일까지 280여 일 동안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12층에서 비방송 업무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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