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허위조작정보로 판명된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 게시물을 시정요구(게시물 차단 및 삭제)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해당 사진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온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이 유통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합점검 회의’에서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당 사진이 합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합성사진 관련 청와대 해명자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방통심의위에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사진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심의는 본 심의에 들어가기 전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 자문을 맡겼다. 자문 결과 6인은 시정요구, 2인은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시정요구 의견을 낸 특위 위원들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있으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면서 “문 대통령 합성사진은 공공성과 공익 목적이 없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게시물”이라고 판단했다.

문제없음 의견을 낸 위원들은 “‘사회적 혼란’이라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심의조항을 적용해 게시물을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 합성사진이 사회적 질서를 혼란스럽게 했다고 볼 수 없다. (합성사진 심의는)행정력 낭비이며, 불합리한 공권력 사용”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는 11일 ‘문재인 대통령 합성사진’ 등 게시물 13건에 대해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적용조항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3항 카목(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다. 방통심의위가 ‘사회적 혼란’ 조항을 적용해 대통령 관련 허위조작 사진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진숙·김재영·심영섭 위원은 시정요구를, 이상로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이상로 위원은 해당 정보가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상로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합성사진은 분명 문제가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사진이 올바르지 않다고 해서 방통심의위가 삭제 결정을 내리는 건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 합성사진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상로 위원은 “지금까지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한 코로나19 게시물은 누가 봐도 공포감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들이었다”면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자신이 직접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을 심의의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사회적 혼란’이라는 조항을 확대 적용하면 (향후 심의에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위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통령 합성사진은 표현의 자유 보장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위원은 “현재 사회적으로 혼란이 만연한 상황”이라면서 “가짜·허위 정보로 사회적 신뢰가 붕괴될 개연성이 크다. 이런 국면에서 해당 게시물은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영 위원은 “위기 국면에서 사회적 신뢰가 정점에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게시물로) 신뢰 훼손의 가능성이 크다”면서 “원론적으로는 이상로 위원의 말이 맞다. 다만 현재를 ‘사회적 혼란’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강진숙 위원은 “문 대통령 합성사진은 단순한 혐오·비난을 넘어 코로나19 대응 체계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대통령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시정요구 의견을 내는 게 아니다. 진영논리에 벗어나 코로나19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번 심의를 통해) 정치 논리·진영논리에 빠지는 걸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은 “대통령 합성사진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하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일반적 상황이라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국가적 긴급상황에선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게시물을 시정요구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다수 의견으로 문재인 대통령 합성사진 게시물 13건을 시정요구했다.

심영섭 위원은 “외부에서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판은 우리가 수용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사무처가 아니라 위원들이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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