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채이배 민생당 의원·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KT 특혜법’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뒤집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재상정을 추진하는 건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업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 현재 KT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지 못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현행 10%에서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KT 특혜 인터넷전문은행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당초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합의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다음 회기에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이배 민생당 의원·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KT 특혜 인터넷전문은행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 본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다음 회기에 인터넷은행법을 처리하겠다’는 결정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이배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당간의 합의일 뿐”이라면서 “이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은 국회의원들이 반대토론을 듣고 선택을 한 결과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미래통합당에 사과하고 법안 통과 방향을 찾겠다고 말한 건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의원은 “이번 법안 부결은 소신투표의 결과이며, 미래통합당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혹시라도 다음 회기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올라오면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찬성 표결을 해야 하나.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걸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지 말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재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반대토론에 의한 소신투표 결과”라면서 “법안 상정을 재추진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국회의원들은 입법기관의 역할을 잃고 당 지도부 입만 바라 것”이라고 했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가 만들어진 후 일자리가 창출되고 서민경제가 나아졌는가”라면서 “모든 게 특혜다. 이번 개정안이 폐기되어야 경제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홍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융노조 위원장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범죄자의 은행 소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법”이라면서 “법안에 대한 피해자는 선량한 시민들이다. 민주당은 누구의 편인가”라고 물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법 부결은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은산분리 강화가 공약이었던 것처럼 민주당의 정체성에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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