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진보진영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가칭 '정치개혁연합' 논의가 창당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언론 전반에서는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보수 언론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은 도외시 한 채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선거법 개정 자체가 '야합'이었다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한 시점부터 본격화된 비례정당 논의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에서 찬반논의 끝에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정의당 전국위원회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8일 각각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론 전반에서는 '4+1협의체'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고,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강하게 비판해 온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9일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진보·중도성향 언론은 사설을 통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통합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꼼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민주당까지 사실상 비례용 정당 참여를 추진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한다는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3월 9일 사설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추진, 누더기 된 선거법>

경향신문은 사설 <여당의 '비례정당 꼼수', 노 전 대통령이 보면 뭐라 하겠는가>에서 "정치는 꼼수가 아닌 대의와 명분의 싸움"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낙선할 걸 뻔히 알면서도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결국 그는 지역주의를 타파한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은 거대양당 구도, 지역대결 구도를 깨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매달렸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불가피론'은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선 명분이 떨어지고,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비례연합정당 의석이 늘면 '4+1협의체'에 참여했던 정의당과 민생당의 의석 수는 줄게 되고, 정의당과 민생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해도 각 참여 주체 간 지분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난제라는 분석이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은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위성정당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 비례연합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면서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즉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준연동형비례제 도입 취지를 부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꼼수'라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또한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높이며 국민적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며 "이는 어제 공식적으로 비례연합 참여를 거부한 정의당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에서 얻을 수 있는 7석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3월 7일 <보수 비례정당 표심 왜곡 바로잡으라>

앞서 한국일보 김범수 논설위원도 서울신문과 같은 주장을 폈다. 김 논설위원은 7일 칼럼 <보수 비례정당 표심 왜곡 바로잡으라>에서 미래한국당 저지 수단은 표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논설위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표로 응징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무책임한 이상주의일 뿐"이라며 "비례연합정당의 경우 외형으로는 미래한국당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취지는 정반대다. 미래한국당의 의석 왜곡으로 의미가 없어진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되살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이 연합 이전에 획득할 수 있는 비례의석 이상을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4+1협의체'의 국회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른 선거법 개정을 '야합'이라며 비판해 온 주요보수언론은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생략한 채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비판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5일 미래한국당 출범 공식화 이후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한국당 창당은 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선거법 개정 야합' 주장을 근거로 미래한국당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3월 9일 사설 <여권 '비례 정당' 하겠다면 선거법 야합 사과와 백지화 선언부터>

조선일보는 9일 선거법 개정 백지화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여권 '비례 정당' 하겠다면 선거법 야합 사과와 백지화 선언부터>에서 "미래통합당은 선거제 변경을 반대하면서 '만약 강행하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선거법을 강행 처리한 여권이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지자 위성 정당, 가짜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그래도 염치가 있다면 선거제도 강제 변경을 사과하고 다음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4일 사설에서 "민주당의 행보는 제1야당을 배제한 '4+1' 협의체가 밀실에서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 야합을 할 때부터 씨앗이 뿌려진 일"이라며 "그런데도 미래한국당을 '위장정당'이라고 비난하며 고발까지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심한 자기모순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화일보는 지난달 28일 사설 <與, 비례정당 운운 앞서 '선거법 야합' 석고대죄해야>에서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위성 비례정당이 불법은 아니지만 결코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라며 "그나마 미래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에 고육책이지만 비례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 명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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