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는 KT 특혜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를 위한 맞춤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업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 KT는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7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 심사가 4년째 미뤄지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현행 10%에서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케이뱅크 사옥 (사진=연합뉴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법안 통과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용진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생당 의원의 본회의 반대토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 사업자본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부결된 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일제히 퇴장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다음 회기에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참여연대는 ‘KT 특혜법 폐기’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 이른바 ‘KT 특혜법’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공약집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요건을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사업자)’라고 규정하는데,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를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로 승인하는 개정안은 공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은산분리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대통령 공약집에는 현행법을 엿가락처럼 마음대로 바꿔가며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케이뱅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난장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각종 불·편법과 특혜 인가 의혹이 난무했던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서민금융의 어려움을 해소하지도, 고용을 창출하지도, 엄청난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지금처럼 KT에 온갖 특혜를 주며 ‘케이뱅크 구하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인가 당시부터 존재했던 의혹에 대한 전후 사정과 경위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와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패키지 통과’를 합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초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금융상품 판매자가 판매규제를 어길 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려 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반발로 판매규제에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제외됐다.

시민사회단체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과 부실한 케이뱅크를 지원하기 위한 법은 패키지 통과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대기업집단 소속 KT가 지배하는 케이뱅크는 계열사 경영 악화 시 동반 부실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도 재벌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두 법이 어떻게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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