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5.29 금 11:57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불안과 공포 속에서 강화되는 확증편향을 경계한다[기고]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20.03.04 12:17

[미디어스] 2020년 3월 2일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80곳을 넘어섰다. 기가 막힌 일이다. 졸지에 전 세계적으로 기피의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국민이 되고 말았다. 감염균으로 인해 유초중고 및 대학의 개학이 한 달씩이나 연기되는 일 역시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다. 날마다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사망자 수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겨준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세계적 감염을 지칭하는 팬데믹의 상황이 아직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느끼는 코로나 19의 체감도는 거의 그 수준이다.

팬데믹 수준의 대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부나 언론,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방역 정보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왜곡된다.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보다는 나의 관계망 속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접하고 신뢰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정보를 믿으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SNS에는 불확실한 코로나 자가진단법이 먼저 퍼진다. 관계의 신뢰 속에서 정보의 신뢰는 따지지 않고 확산된다. 사람들은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을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 간주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SNS에서 빠르게 퍼나르며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각자의 문화적 관계적 게토에 격리되어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 ‘동종선호본능’을 키우고 있다.

020년 3월 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연합뉴스)

레이첼 보츠맨(Rachel Botsman)은 그의 저서 Who Can You Trust(2017)(역서명 <신뢰이동: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에서 제도적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정부나 언론,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기계나 플랫폼에 대한 신뢰로 이동하는 분산된 신뢰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는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정보가 미증유의 속도로 전파된다. 그리고 신뢰의 무질서, 신뢰진공(trust vacuum)의 위험성이 나타난다. 자극적인 음모론, 위안을 주는 편견이나 자기동조,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게 된다.

언론이 코로나 프레임에 갇혀 근거 없는 뉴스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국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진다.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사직 및 무단결근이 코로나 때문이라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불안을 키운다. 국내 지역감염에 의한 확진자가 늘어나고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여전히 주장하는 언론이나 정치권은 이해하기 힘들다. 신천지에 의해 집단감염이 확인되고 있고 감염병 역학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위법임에도 정부의 신천지에 대한 강력대응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책임론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야당의 대정부 질의는 적절하지 않다.

공중보건과 방역의 문제를 혹여 정치논리로 재단한다면 그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공중보건의 문제가 의학적 판단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이 받게 된다면 사회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누구도 어떤 정보도 믿지 못하는 신뢰공백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대응에 문제가 없지 않다. 외출 시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불안과 공포에서 시작된 분노는 더욱 가열차다. 코로나 19가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사회 각 부문에서 이 상황을 되짚고 점검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방역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적시되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난보다 격려와 응원,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은 정부를 믿고 함께 이 난국을 극복해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확증편향을 경계하며 신중해야 할 때이다. 

* 정인숙 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49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올립니다.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