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신문협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 발행된 신문협회보 5개 중 3개 1면은 언론재단·정부광고법 비판 기사로 채워졌다.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이 법률·시행령·정관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론재단 측은 일부 법률 미준수를 인정하면서도 “신문협회가 예산 지원을 거부당하자 비판 기사를 쓴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국신문협회는 1일 발간된 신문협회보에서 언론재단이 법률·시행령·정관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의 주요 지적 사항은 ▲언론재단이 법률에 규정된 선임 비상임이사를 선정하지 않고 있다 ▲2020년도 사업계획서·예산서를 법에 규정된 날짜보다 한 달 늦게 의결했다 ▲이사회에 사업계획서·예산안 전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언론재단이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위원 추천 요건에 ‘추천단체 또는 협회 소속 임직원은 추천대상에서 제외’라는 자격을 임의로 추가했다 등이다.
(사진=1일 발간된 신문협회보 지면 중 일부)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이 의도성을 가지고 법률·정관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의 위법·위규 행위 중 일부는 오래전부터 마치 관행처럼 자행돼 왔다”면서 “일부는 수년 전부터 새로이 추가되기도 했다. 하나같이 ‘준정부기관’에서 일어났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라고 썼다.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의 위법·위규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다”면서 “비상임이사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비상임이사 등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이사회 등을 거수기로 전락시킨다”고 했다.

실제 언론재단은 지난 10년간 선임 비상임이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비상임이사 중 1인을 선임 비상임이사로 선정해야 한다. 선임 비상임이사는 비상임이사회의 소집·주재 권한을 가진다. 언론재단 측은 “선임 비상임이사를 선정하지 않은 건 인정한다”면서 “다만 이는 선임 비상임이사의 실효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사회 구성원 간 묵시적 양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사업계획서·예산서를 매년 11월 말에 문체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한 달 늦게 의결했다”는 신문협회 주장에 대해 언론재단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이 미확정돼 사업·예산 계획이 연기됐다는 설명이다. 언론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문서를 통해 사업계획서·예산서 연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기재부의 예산 편성 지침이 12월에 나온다"면서 "11월에 예산서를 제출할 수 없어 언론재단이 연기 요청을 했다. (시시비비를)가리자고 하면 가릴 수 있는데 , 너무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서·예산안 전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업무 효율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은 “사업계획서·예산안 전문은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면서 “안건처리 효율성 등을 위해 주요 내용에 대한 요약자료를 작성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신문협회 회장이 비상임이사인데, 추가 자료 요구에 불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위원 명단

언론재단은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위원 자격 요건 추가'에 대해 공정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금관리위는 언론진흥기금 지원대상·기준 등을 정하는 위원회다. 언론재단·한국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잡지협회·한국언론학회 등이 위원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신문협회와 잡지협회는 신문사·잡지사 이익단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언론재단은 추천단체, 협회 소속 임직원이 기금관리위 위원이 된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언론재단은 “언론진흥기금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 언론사·협회 인사가 기금관리위 위원이 된다면 업무수행 공정성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자격 요건을 추가했다”면서 “10년 동안 각 추천단체의 묵시적 양해가 있었다. 최근 신문협회의 이의제기가 있어 관련 요건을 없앴다”고 밝혔다. 관련 요건이 없어진 후 신문협회는 허승호 협회 사무총장을 기금관리위 위원으로 추천했다.

언론재단은 신문협회가 ‘애드칸 예산 지원 논란’ 때문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드칸은 신문협회가 운영하는 광고전송시스템이다. 신문지면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주와 신문사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언론재단은 애드칸에 총 2억 4천만 원을 지원했고, 월 100만 원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최근 신문협회가 애드칸과 (언론재단이 운영하는)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의 연계를 제안하며 업그레이드 비용 1억 원, 사용료 인상(500만 원)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광고 전송과정에서 애드칸 이용률은 매우 낮았다. 또 애드칸에 2억 원의 지원금이 들어간 상태에서 추가 예산을 배정하는 건 부적절해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애드칸 제안을 거부하자 신문협회 고위인사가 협박성 발언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재단이 협회를 기망하고 배신했다’, ‘언론재단 이사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문체부와 기재부에 감사요청 하겠다’, ‘협회의 목표는 언론재단이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는 것이다', '이사장이 잘못하면 직원들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가는지 보여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신문협회 관계자는 신문협회보 발행일을 언급하며 "문제가 잘 해결되면 기사를 싣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신문협회보의 비판 기사에 의도가 있다는 주장으로 실제 신문협회는 1월 1일자, 1월 16일자 신문협회보 1면에서 언론재단 비판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CI

미디어스는 신문협회의 반박 내용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신문협회 측은 “협회보 기사는 언론재단의 법령 위반에 관한 것이고 틀린 내용은 없다”면서 “기금관리위 위원 임명과 관련해 공정성 우려가 된다면 (위원 자격을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체부에 이야기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언론재단은 기존 법률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기금관리위는 전원협의체 기구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면서 “특정 매체사 임직원이 기금관리위 위원에 임명된 것도 아니다. 언론사 지원과 관련된 기금관리위 구조상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신문협회는 ‘애드칸 논란’과 관련해 “언론재단이 특별한 언질 없이 입장을 변경했다”고 반박했다. 신문협회는 “지난해 초부터 언론재단과 애드칸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면서 “언론재단이 최종 순간에 언질 없이 입장을 변경하고 논의가 끝났다. 재단이 기존에 약속한 사항에 대해 입장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게 맞다. 다른 (고위관계자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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