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MBC 출신들이 대거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등록을 마쳤다. 후보자 공식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26일 전에는 각 지역구별로 경선이나 전략공천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MBC 출신들 대부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노조 탄압 등 공영방송 MBC를 훼손한 책임자, 관련자로 꼽힌다.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은 지난 2월 10일 미래통합당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 1차 인재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현재 동구갑에는 6명의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공천권을 두고 경쟁 중이다. 이 중 언론인 출신은 이 전 사장을 비롯해 김기수 전 프리덤뉴스 발행인, 천영식 전 KBS이사, 김승동 전 CBS 논설위원장 등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에서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전략공천설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1987년 MBC 기자로 입사해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등을 취재하며 종군 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MBC보도본부장을 지내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로부터 ‘MBC 세월호 보도 참사’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됐다. 또한 2017년부터 대전 MBC 사장을 역임하다가 노조의 퇴진 운동으로 2018년 1월 사장 해임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임했다.

이 후보는 한국당 인재 영입식에서 ‘MBC 노조 탄압 논란’에 대해 묻자 “논란은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대한민국을 상식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정치에 입문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후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노조 탄압 논란’에 “해명할 문제가 아니라 회사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진숙, 김재철, 배현진, 최대현 후보자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경상남도 사천시남해군하동군에 지난 1월 20일 출사표를 냈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미래통합당 소속 예비후보자 7인이 맞붙는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년 동안 MBC 사장을 지냈다. 법원은 김 전 사장이 재임 기간 MBC 노조원들에게 불리한 인사 평정을 해 노조탈퇴를 유도하는 등 노조운영에 개입한 혐의를 물어 지난달 7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씨, 배우 김여진 씨의 출연을 막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 전 사장은 노조원 9명을 부당 해고한 것도 모자라 80여 명을 ‘묻지마 징계’하고 70여 명을 부당 전보한 당사자”라며 “‘신천교육대’ 등 유배지를 만들어 노조원들을 탄압한 노조 파괴행위는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이진숙 등 후임 경영진에게 고스란히 답습되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MBC 노조원들에게) 도의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실은 제가 적폐정권의 희생자”라고 말한 김 전 사장은 3일 뒤인 2월 10일 항소했다. 검찰 역시 재판부의 1심 판결에 항소한 상태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은 미래통합당 경남 김해을에 공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김해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적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을 후보로 거론하자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도 김장겸 전 사장과 장기표 전 통합신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 대상자로 논의하고 있다.

2017년 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김 전 사장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해 11월 해임됐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김 전 사장을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든 것 ▲부당노동행위 및 인권침해 ▲반민주적 리더십 ▲방문진 경영지침 경시 ▲MBC 신뢰와 품위 추락 ▲무소신·무능력·무대책 등의 이유로 해임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1심 법원에서 MBC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한 혐의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MBC 총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37명을 본사 밖으로 격리하기 위해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에 보내는 등 부당전보, 노조탈퇴 종용 등의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 등은 노조 활동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고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은 재판부 판결에 불복·항소해 2심이 진행중이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연합뉴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지난 2일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서울 송파을 단수추천을 받았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배 전 아나운서를 단수 추천한 이유에 대해 “배현진 후보가 본래대로 2년 고생하면서 일궈온 지역에서 하는 것이 경쟁력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배현진 후보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년 만에 다시 붙게 됐다. 배 후보는 2018년 6·13 재·보궐선거에서 송파을에 출마했으나 29.6%를 득표, 54.4%를 얻은 최 의원에게 패했다.

배 전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2010년부터 7년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2년 MBC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가 100일 만에 제작에 복귀한 뒤 노조를 탈퇴했다. 특히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 시절 동료 아나운서 11명이 회사를 떠나거나 부당징계·전보를 겪는 상황이어서 노조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MBC 파업이 끝나고 최승호 전 사장이 보도국을 개편하며 2017년 12월 앵커 자리에서 하차한 배 전 아나운서는 2018년 3월 사표를 내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최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배 전 아나운서에 대해 "구 체제에서 MBC뉴스는 대단히 문제가 많았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져버린, 국민을 오도한 뉴스였다. 그 뉴스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전 아나운서는 2일 미래통합당이 경선지역으로 선정한 경기 파주을에서 경선을 치르고 있다. 최 후보는 2일 입장문에서 “9명의 지역 인재들이 경쟁을 벌인 끝에 두 명의 경선 컷오프를 치르게 됐다”며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인으로 20년을 보냈다. 40대의 젊은 정치신인이기에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박용호 미래통합당 국가정상화 특별위원과 경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2002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MBC제3노조 공동위원장 등을 맡고 지난 2018년 5월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공정성 의무 위반‘ 등이다. 이에 최 후보는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최 후보는 이에 불복, 2심이 진행중이다.

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김세의 전 MBC기자와 함께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피켓 옆에서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된 바 있다. MBC에서 해고된 이후 최 후보는 ’펜앤드마이크’에서 앵커 및 방송제작부장을 맡다가 지난 1월 31일 심재철 원내대표의 권유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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