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코로나19와 관련해 조선일보의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주장이 기업 대응과 정부를 비교하는 형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선제적 판단으로 진단키트가 빠르게 개발된 데 반해 중국인 입국 통제를 하지 않은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은 중소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또한 조선일보는 지자체의 재난문자가 과해 피로감을 줄 수 있다며 발송 자제를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3일 사설 <'우한 코로나' 중소기업 판단이 정부보다 훨씬 빨랐다니>에서 코로나19 진단시약을 발빠르게 개발한 중소기업 '씨젠'을 언급하면서 "중소기업만도 못한 정부를 국민은 믿어야 하나"라고 썼다. 1일 중앙일보는 온라인판에서 '질본보다 빨리 움직인 진단키트기업'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씨젠'의 천종윤 대표 단독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사설에서 정부 비판과 연결지었다.

조선일보 3월 3일 사설 <'우한 코로나' 중소기업 판단이 정부보다 훨씬 빨랐다니>

조선일보는 "천정윤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우한 폐렴 확산 초기인 1월 16일 사내 회의에서 진단 시약 개발 제안이 나왔고 21일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천 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가 고쳐 쓴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중소기업 씨젠의 대응은 정부 대응과 너무 대비된다"고 썼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 위생당국의 '원인 불명 폐렴 27명 발생' 통보 내용이 알려졌고, 한국 질병관리본부(질본)는 1월 3일 대책반을 구성했다고 하지만 홍콩, 마카오, 미국이 격리, 경보 상향 등의 조치를 했던 것과는 달리 대응조치가 미약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직원이 800명 있고 감염병 대책의 법적 권한을 지닌 질본에서 이제 막 방역망을 정비하고 나서던 시점에 씨젠은 이미 진단키트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천 대표는 '바이러스가 머잖아 한국으로도 퍼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중국 보건 당국이 1월 19일에도 '전염병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씨젠은 믿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천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씨젠은 1월 16일 사내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을 제안하고, 21일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다행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7일 질본의 코로나19 감염증 검사 확대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긴급승인 요구사항을 파악했고, 이후에 긴급하게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3월 1일 온라인판 기사 <[단독] 코로나 진단키트 만든 씨젠 "적자 각오, 다른 건 접었다"> 캡처

조선일보는 "더구나 한국서 1번확진자가 나온 시기는 중국 춘제 연휴(1월 24~30일)를 눈앞에 둔 시기여서 전문가라면 수억 명의 이동으로 감염병이 걷잡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 시기였다"며 "그때라도 정부가 전면 비상을 걸어 중국 경유 입국을 통제하고 국내 코로나 확산에 대비한 방역과 진료 대비 태세를 정비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의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주장과 이에 따른 정부비판은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인권문제와 별개로 감염자 밀입국 가능성을 높여 방역망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입국금지 실효성에 대한 국제사회, 각 전문가 집단의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나라들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보수언론 주장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해외사례들을 나열하며 "정치선동은 그만했으면 한다. 근거도 없는 비과학적 뻘소리로 그러잖아도 평소에 논리의 결핍과 감정의 과잉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더 바보 만들지 말라"고 질타했다. 진 전 교수는 "올바른 언론이라면 지금 이상황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키면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지금 방역전선에 어떤 애로가 있으며 부족한 것은 뭔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언론에 출연하면서 느낀 건, 이미 한 번 다뤄져서 해결된 뉴스들이 있는데 그게 1주, 2주 있다가 똑같은 전화가 온다"며 "일부러 이미 정리된 문제들을 계속 끄집어내는 속성,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기자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중국에서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간다. 언론에게 '왜 아직도 중국인 입국 금지 가지고 싸우고 있나' 말씀드리고 싶다"며 "대구 지역 상황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해도 시간이 아까운 상황인데, 아직까지도 중국인 입국자를 막네, 마네 시간을 버리는 걸 보면서 한가하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이런 사설을 내고 정치인이 책임소재 논란 꺼내면서 방역당국 실패를 얘기한다"며 "방역당국이 그런 비난 때문에 일을 못하기 시작하면 언론사 사주들이 대구에 가서 사죄할 것도 아니고,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3월 3일 <하루 수십번씩 삐이 삐이… 재난문자 남발하는 지자체들>

한편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등 강한 대응을 주문하는 조선일보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재난문자가 과해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하루 수십번씩 삐이 삐이… 재난문자 남발하는 지자체들>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에 걸쳐 연일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한 '재난 문자 폭탄'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북 경주시에 사는 김모(34)씨가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다. 28일 새벽 시끄러운 휴대전화 경보음 소리에 잠을 깬 김씨는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손이 벌벌 떨렸는데,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재난 문자 경보음에 놀란 후유증으로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코로나 초기 국면에는 신속하게 확진자 한 명 한 명의 동선을 전달하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많아져 수신자가 노이로제만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감염경로가 능동감시의 수단으로 여전히 주요한 정보로 작용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재택근무, 시차출근 등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까지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상황이다. KBS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 현 거주지의 감염·방역 현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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