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일보 1일 기사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에 대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포항의료원 간호사 16명이 코로나19 때문에 사직한 것이 아니고, 사직 배경에 재난상황에 따른 의료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가 이뤄진 당일, SNS상에는 자신을 포항의료원 간호사라고 밝힌 익명 게시자의 '가짜뉴스를 바로잡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익명 게시자는 "간호사 16명은 사정이 예정되어 있었고 합의하에 사직했다. 절대 무단 결근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원하는 사직날짜보다 일을 더 하고 갔다. 코로나19가 무서워 단체사직했다는 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게시자는 "가짜뉴스로 간호사의 명예와 의료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기자님들의 직업윤리나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 3월 1일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갈무리

국민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경북 포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전담병원인 도립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들은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주 몇몇 간호사들이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는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사직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 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한 포항의료원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간호사 16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어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원 관계자들이 간호사로써 소명까지 얘기하며 붙잡아 보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국민일보는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이 일고 있다"며 시민 두 명을 인터뷰했다. 시민 A씨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고, 시민 B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직업윤리만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이 2일 포항의료원에 확인해 올린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이들 간호사의 사직은 애초 1~2월로 예정돼 있었다. 간호사들은 의료원의 어려운 사정에 신규 간호사가 투입되는 3월까지, 즉 2월 28일까지 예정된 사직일보다 더 일을 했다고 한다.

한국일보 2일 <지쳐가는 TK 간호사들…"더는 못 버텨" 집단 사표도>기사에서 포항의료원 사직 간호사 16명 중 한 명인 A씨는 지난달 19일 격리병동에 투입된 후 집에 가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남편은 회사로부터 무급휴가를 강요받았다. 아내가 감염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라 직원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도에 따르면 16명 간호사들은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를 둔 20, 30대 젊은 간호사들로 임심한 간호사도 있었다.

기사에서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24시간 아이를 제대로 맡길 곳도 없고 친지에 맡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 이상 어려워 그만둔다고 했다"며 "환자 수는 늘고 간호사는 부족한 지경이지만 사직 사유를 듣고 만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일 성명을 내어 "포항의료원 간호사 사직 관련 거짓 보도한 언론은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간호사회는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겪은 노동환경을 나열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를 맡은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은 퇴근 후에도 장례식장 접견실을 임시 숙소로 이용하거나, 원내 기숙사 지침 혼란 문제로 외부 숙소를 계약하면서 일을 이어나갔다. 기존 한 달 기준으로 나오던 근무표가 일주일, 하루 단위로 수정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근무가 이어졌다.

간호사회는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의 소진 문제가 심각하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몇몇 언론사의 악의적인 보도와 편협한 판단으로 인해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간호사들이 더 떠나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간호사도 국민이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포항의료원분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포항의료원과 경상북도에 인력·시설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포항의료원분회는 "한 달 넘게 외부와 단절되어 고립된 채 환자 간호를 위해 최전선에서 그 무게를 감당해왔던 이들"이라며 "그런 이들에게 포항의료원과 경북도는 무엇을 해주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포항의료원분회는 "희생정신과 직업윤리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치료와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료원과 관계부처가 할 일"이라며 지원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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