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승수]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미래한국당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표의 등가성(비례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30석 중에서 21석을 미래한국당이 가져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는 2월 3주차(18-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예측한 것이다.(지역구는 2016년 기준)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래한국당은 38% 정도의 득표율로 준연동형 30석 중에 70%인 21석을 차지하게 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꼼수일 뿐이다.

해답은 연합정치이다

미래한국당같은 위장정당은 선거 시기에 정당을 급조하고, 선거 이후에 본체인 정당에 단순흡수되는 방식이다. 이것은 전세계에 예가 없는 방식이다.

그러나 연합정당은 기존에 활동하던 정당들이 선거 시기에 연합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정당들은 그대로 있고 선거 때에 연합해서 연합 비례대표 명부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정당활동을 하며 정책적으로 협력한다. 이런 연합정당은 여러 사례가 있다.

1996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했던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녹색당을 포함한 5개 정당이 선거연합 정당인 연합(Alliance)를 만들어서 원내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도 3개 정당과 선거연합을 구성해서 2016년 총선에서 21%를 득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연합은 정당정치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례이다.

선거연합은 아니지만,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정당들이 연합해서 후보를 내는 경우도 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인 영국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의 노동당도 사실은 연합정당이다. 노동(Labor)당과 협동(Cooperative)당이 1927년부터 함께 하고 있다. 선거 때에는 노동당으로 출마하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정당이 독자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가장 정치가 안정된 국가 중에 하나인 우루과이의 경우에도 광역전선(Broad Front)라는 연합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대통령제국가이지만,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뽑고 있다.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이 광역전선 출신이다.

이처럼 위장정당과는 달리 선거연합 정당은 정당정치에서 항상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이다.

미래한국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장정당이 4.15 총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를 왜곡시키려 하고, 다양한 소수정당의 진입을 보장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는 사라지고 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가 탈취당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연합정치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나섰다. 이 분들이 판을 깔고, 정치개혁에 동의하는 제 정당들이 참여해서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가칭 정치개혁연합이다.

앞서 든 여러 사례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정당하고 가능한 일이다. 다만 한국의 경직된 정당법, 선거법이 지금까지 이런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각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어서 연합 비례명부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각 정당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래한국당으로 27~28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연합정당으로 27~28석이 올 수 있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 온전한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혁하고, 정당연합이 비례명부를 내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개혁조치를 이뤄내자. 위장정당은 설립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자.

어떻게 보면, 촛불이 만든 변화가 이제 퇴행의 길로 접어들려고 하는 상황이다. 지금이 이런데, 나중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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