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국일보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한국 교민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진보도를 삭제한 뒤 다시 올렸다. '차별 딱지'라고 보도한 사진 속에 한국인에 대한 차별 문구가 없다는 지적이 일자 사진을 바꿨다.

지난 27일 한국일보는 1면에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이웃>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인들이 교민 집 문 앞에 딱지를 붙이는 등 한국인들을 차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3일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후 한국인을 배척하려는 중국인들의 새로운 행태”라며 교민들이 냉대를 받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27일자 1면 기사를 인터넷에 게재하며 사진 한 장을 함께 실었다. 현관문 앞에 붙어있는 분홍색 딱지로 이를 “중국의 한 주택가 현관문 앞에 ‘14일간 격리한다’는 안내문이 단단하게 붙어있다. 집밖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위) 한국일보가 27일 아침 인터넷에 올린 기사 사진 (아래) 한국일보가 27일 오후 사진만 수정해서 올린 기사 사진

SBS, MBC, TV조선 등은 한국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인용 보도했다. 특히 TV조선은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자택 감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택 연금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패널들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일보 보도 직후, 사진 속 문구와 관련해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동네에 돌아온 시간으로부터 14일간 격리가 필요합니다. 기간이 되면 체온이 정상이고 기타 증상이 없을 경우 격리를 끝냅니다. 협조해주세요”라는 평이한 내용의 공지문으로 ‘차별 딱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일보 기사를 ‘가짜뉴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내 눈에 분명하게 보이는 글자는 生活保健(생활보건) 离(격리를 의미함) 居(주거지를 의미함) 등”이라며 “헤드라인처럼 한국인, 한국 하다못해 한국을 상징하는 그 어떤 문양이나 연관성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저 내용은 ‘보건위생을 위해 주거지에서 자가격리 하라’는 일반적인 플래카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거주지에 해당 플래카드가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어떤 증거나 정황, 연관성이 없다. 그런 것을 취재하는 것이 기자가 할 일이 아닌가"라며 "하다못해 교민 A씨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인터뷰도 없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 보도한 TV조선. 이밖에 다른 매체들도 한국일보 보도를 소개했다. (사진=TV조선)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뒤 사진을 바꿔 다시 올렸다. 바뀐 사진 아래에는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한국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현관문 앞에 자가격리를 알리는 공고문과 함께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중국인 거주지에는 플래카드가 없다. 독자 제공”이라고 적혀있다.

해당 기사에는 “오늘 전화까지 해서 항의했다. 한국일보 슬로건이 세상을 보는 균형인데 ‘중국내 자가격리 기준 강화, 내외국인 모두 적용’ 정도의 타이틀이 맞지 않나요?”, “구글 번역기만 돌려봐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한 “사진이 바뀌었네요, 원래 있던 기사는 어떻게 된 건가요”, “정정보도도 안하고 무작정 기사 지운 다음 사진만 바꿔서 다시 올리는 건가요?”라며 공지 없이 기사 사진이 수정된 것에 대해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동기 고발뉴스 기자는 28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물론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통제하고 있고 자가격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정확해야한다”며 “근거로 제시된 사진 자체가 잘못됐기에 논란이 됐고 한국일보도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사과문이나 정정 공지문은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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